美연방대법관에 고서치 판사 지명…보수우위 구도 회귀(종합2보)

입력 2017-02-01 11:32
수정 2017-02-01 15:04
美연방대법관에 고서치 판사 지명…보수우위 구도 회귀(종합2보)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25년만에 가장 젊은 40대 보수성향 '원전주의자' 발탁

고서치 "美 헌법·법률에 충성"…오바마케어 맞선 단체 손 들어줘

민주 '필리버스터' 강행시 인준 험로 불가피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49) 콜로라도 주 연방항소법원 판사가 3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관에 후보로 낙점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콜로라도 주 덴버 출신의 고서치 판사를 종신직인 연방대법관에 공식으로 지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TV로 생중계된 발표에서 "고서치 판사는 뛰어난 법적 능력과 훌륭한 정신, 엄청난 규율로 인해 초당적 지지를 얻을 것"이라며 "상원이 그를 인준하자마자 대단한 법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주 공정한 선정 절차를 거쳤다"며 "고서치 지명자는 우리가 찾는 대법관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40대인 고서치 판사는 지난 25년간 가장 젊은 대법관 지명자다.

고서치 지명자는 하버드대 로스쿨을 거쳐 옥스퍼드대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헌법 원전주의를 강조하는 보수 성향의 판사로, '보수의 거두'로 불리다가 타계한 전임자인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을 이을 적자로 꼽힌다.

박사학위를 받은 뒤 워싱턴DC 로펌에서 일하다가 조지 W.부시 전 행정부 당시 법무부에서 2년간 근무한 뒤 부시에 의해 2006년 콜로라도 주 항소법원 판사로 지명받아 민주, 공화당의 초당적 지지로 임명됐다.

미 언론은 그가 종교자유의 옹호자이자 사법집행에 대한 회의주의자이며 정부규제에 관한 법적 검토를 지지하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보수주의자이기는 하지만 대법관 경쟁자로 낙태와 동성애에 강력히 반대한 윌리엄 프라이어 앨라배마 주 연방항소법원 판사에 비하면 강경색채가 덜하다.



그는 지난해 낙태와 피임을 지원하는 단체인 '미국 가족계획연맹'에 대한 자금지원 중단에 반대하는 판결을 내렸던 반면, 고용주는 피임을 포함하는 건강보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오바마케어에 맞선 단체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고서치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지명받은 뒤 "'법의 사자(lion)'인 스캘리아 전 대법관을 계승하게 돼 영광"이라며 "인준되면 미국의 법률과 헌법에 충성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법원은 미국민의 자유를 상징하는 최고의 문건인 헌법을 준수하는 핵심적 기관"이라며 헌법 조문에 입각한 판결을 내릴 것을 강조했다.

그가 상원 인준을 받게 되면 지난해 2월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 이후 1년 이상 8명으로 운영됐던 미 연방대법원은 정상화되는 동시에 보수 우위 구도로 회귀한다.

스캘리아 전 대법관이 지난해 2월 사망한 뒤 미 연방대법원은 4대4의 구도였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다음 달 온건 중도 성향인 메릭 갈랜드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장을 새 후보로 지명했지만, 공화당이 인준 청문회 자체를 열지 않으며 인준이 무산된 바 있다.

이후 대법원은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클래런스 토머스, 새뮤얼 앨리토, 앤서니 케네디 등 4명이 보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와 스티븐 브레이어,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등 4명이 진보 성향으로 팽팽하게 대치해왔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통해 그의 대법관 인준 표결을 저지한다는 태세여서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원 인준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의원 100명 중 60명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 여당인 공화당 의원은 52명이어서 모두가 찬성하더라도 민주당 의원 8명의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AP통신은 "향후 수십 년간 대법원의 이념 지형을 결정할 대법관의 지명을 둘러싸고 트럼프의 공화당과 민주당의 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전망했다.

sh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