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 판결전까지 고향 못 간다' 日 반입 불상 '강제집행정지'(종합)
검찰 "불상 훼손 등 우려…판결 뒤집히면 회수 어려울 수도"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일본에서 반입된 불상을 원래 소유주로 추정되는 충남 서산 부석사로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에도 불구하고 해당 불상은 당분간 부석사로 인도되지 못할 전망이다.
법원 판결 직후 검찰이 제기한 강제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됐기 때문이다.
1일 대전고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대한불교 조계종 부석사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금동관음보살좌상 인도 청구소송에서 대전지법 민사 12부가 원고 청구를 받아들인 데 대해 검찰이 즉시 항소하면서 강제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냈다.
당시 재판부는 일본 쓰시마섬 한 사찰에서 도난돼 한국으로 반입된 불상을 원래 소유주로 알려진 서산 부석사로 인도하라고 판결하면서, 검찰 항소 여부와 관계없이 불상을 사찰 측에 즉시 인도할 것도 주문했다.
대법원에 가서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즉각 불상을 부석사에 인도하라는 가집행도 명한 것이다.
판결에 불복한 검찰은 즉각 항소와 함께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1심 판결을 한 재판부와는 다른 대전지법 내 재판부는 설 연휴 직후인 지난달 31일 검찰의 신청을 인용한 뒤 이런 결정 내용을 검찰에 통보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판결 확정 전 먼저 인도하면 불상 훼손 등이 우려된다"며 "나중에 항소심이나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을 때 불상을 내놓지 않거나 숨기면 회수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여러 부작용을 우려해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가집행 정지가 인용된 것은 도난 우려, 상급심 번복 가능성, 불상 운반 과정 중 훼손 우려 등이 고려됐고, 일본과 외교적 문제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불상은 국가가 보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또 "우리 국민이 훔쳐온 장물을 우리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국가 입장에서 볼 때 모호한 점이 있다"며 "물론 애국심 측면에서는 돌려주기 싫은 게 당연하지만, 법리적으로 볼 때 부석사가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그동안 진행된 변론과 현재 문화재청에서 보관 중인 불상에 대한 현장검증 등을 통해 불상이 부석사 소유로 넉넉히 추정할 수 있다"며 "과거에 증여나 매매 등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도난이나 약탈 등 방법으로 일본으로 운반돼 봉안돼 있었다고 보는 게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어 "역사·종교적 가치를 고려할 때 불상 점유자는 불상을 원고인 부석사에 인도할 의무가 있다"며 "피고(정부)는 해당 불상이 문화재이고 이동될 경우 훼손 가능성이 있어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가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부석사가 인도받더라도 충분히 보관할 능력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부석사는 이 불상을 우선 예산 수덕사로 옮겨 보관하기로 하고 조계종과 문화재청, 수덕사, 경찰 등과 이송 방법 및 일정 등을 협의할 방침이었으나 이번 법원 결정에 따라 추후 일정에 차질이 예상된다.
부석사 주지인 원우 스님은 "상급 법원도 아니고 같은 법원에서 다른 결정을 내려 당황스럽다"며 "변호사와 협의해 법대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높이 50.5㎝, 무게 38.6㎏인 관세음보살 좌상은 14세기 초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1973년 일본에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부석사는 쓰시마(對馬)의 한 사찰에서 절도범에 의해 도난당한 뒤 한국으로 반입된 이 불상(현재 한국 국립문화재연구소 보관)을 부석사로 인도하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하는 소송을 대전지법에 제기했다.
이 불상이 절도범의 손을 통해 국내에 반입됐을 때 서산 부석사 신도들은 왜구에 약탈당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한국 법원은 2013년 2월 반환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절도단이 쓰시마에서 관세음보살 좌상과 함께 훔친 동조여래입상은 지난해 7월 도난 당시 점유지인 쓰시마의 가이진(海神) 신사로 반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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