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남용, 박테리아 증식 촉진"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항생제 남용이 박테리아의 내성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박테리아의 증식을 가속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엑시터대학의 로버트 비어드모어 박사는 심한 복통, 설사를 일으키는 대장균에 항생제를 반복 투여하면 DNA가 바뀌면서 항생제에 내성이 생기는 동시에 증식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31일 보도했다.
그의 연구팀은 대장균을 항생제 독시사이클린에 나흘 동안 8차례 노출시키면서 DNA 변화를 살펴봤다.
그러자 예상대로 항생제에 한 번 노출될 때마다 항생제에 대한 저항력이 점점 커졌다.
이와 함께 놀랍게도 대장균은 증식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보다 그 수가 3배로 급격히 늘어났다.
항생제 투여를 멈추어도 이러한 진화적 변화는 되돌려지지 않았고 새로 생성된 증식 능력도 그대로 유지됐다.
비어드모어 박사는 다윈의 진화는 서서히 진행된다고 하지만 항생제에 노출된 박테리아는 그렇지 않았다면서 대장균은 불과 며칠 만에 DNA를 재정비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팀은 '슈퍼 박테리아'가 된 대장균을 섭씨 영하 80도로 안전하게 냉동시킨 상태에서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DNA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살펴봤다.
DNA 변화 중 하나는 박테리아가 세포로부터 항생제를 밀어내는 데 사용하는 '항생제 펌프'를 더 많이 만든다는 것이었다. 이는 이미 임상시험에서 확인된 것으로 항생제 내성의 생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또 하나의 DNA 변화는 박테리아를 잠복시키는 DNA가 사라진 것이다.
일단 항생제 펌프 증가로 항생제에 대한 저항력이 생기면 스스로 휴면상태에 들어가게 하는 DNA가 없어지면서 결국 박테리아의 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어드모어 박사는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생태학-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 최신호에 실렸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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