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가입 추진하다 헛물켠 대만, '한미FTA' 방식 방향 선회

입력 2017-02-01 10:43
TPP 가입 추진하다 헛물켠 대만, '한미FTA' 방식 방향 선회

"美빠진 TPP는 '속빈 강정'"…'하나의 중국' 문제로 RCEP 가입도 어려워

(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추진하던 대만이 미국의 TPP 탈퇴로 TPP 가입이 여의치 않자 미국과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하나의 중국' 문제로 인해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합류하기도 어려운 입장인 대만은 이중에서도 한미 FTA를 적극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일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TPP 탈퇴 서명 직후 규모가 줄어든 TPP에 무리하게 뛰어들기보다는 미국과의 양자 경제관계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과의 기존 무역투자기본협정(TIFA)을 기반으로 양자투자협정(BIA) 및 FTA 체결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추다성(邱達生) 대만경제연구원 경기예측센터 부주임은 "대만은 한미FTA를 기준으로 미국과 서둘러 FTA 체결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만의 전체 교역에서 FTA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만큼 한국처럼 양자 FTA 확대를 통해 FTA 무역 의존도를 높임으로써 경제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수출 확대를 통한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TPP 가입을 핵심 시책으로 내걸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과 TPP 가입국들을 상대로 TPP 합류 의사를 표명해왔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7개월여를 지내다 트럼프 행정부의 TPP 탈퇴로 TPP 가입이 의미가 없어지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천쉐성(陳學聖) 국민당 입법위원은 "미국이 빠진 11개국 회원국만으로 구성된 일본 주도하의 TPP는 대만의 경제·무역의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2년전 대만과 TPP 12개 회원국간 교역규모는 대만 전체 교역의 36.9%에 이르는 1천879억 달러에 달했으나 미국이 탈퇴하면서 사실상 속빈 강정으로 전락했다는 것이 천 위원의 주장이다.

대만에 미국은 중국에 이은 2위의 교역상대국이다. 대만의 지난해 대(對) 미국 수출은 335억2천만 달러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의 FTA 추진보다는 경색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 중국의 협조로 회원국 수가 더 많은 RCEP 가입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만의 대 중국(홍콩 포함) 수출액은 지난해 1천122억8천만 달러에 달했다.

특히 RCEP 협상국에는 일본은 물론 차이잉원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향(新南向) 정책 대상국인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어필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대만내 전문가들은 '하나의 중국'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상 대만의 RCEP 가입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차이 정부가 개별적으로 양자 FTA를 추진하면서도 TPP 가입도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과의 양자간 FTA가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워 기존 FTA의 재검토에 착수하는 한편 신규 FTA 체결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만이 미국과 FTA 체결을 추진할 경우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개방 등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리춘(李淳) 중화경제연구원 WTO센터 부집행장은 미국과 FTA 체결을 추진하려 할 경우 미국 농산물 개방 등이 대만에 압력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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