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 "정치적 불확실성·청탁금지법, 실물경제에 부정 영향"
"금융안정·성장잠재력 확충에 정책 역량 집중해야"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서비스업, 건설업의 증가세 둔화 등으로 하방 위험이 크다고 진단했다.
31일 공개된 금통위의 지난 13일 의사록에 따르면 A위원은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우리나라의 수출도 증가세로 전환되는 등 긍정적 모습이 관찰된다면서도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거시경제의 하방위험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시적 요인에 의해 부침이 많은 제조업 반등과 대조적으로 서비스업 생산 증가세는 최근 수개월 간 둔화하는 모습"이라며 "호황을 누려온 부동산 시장이 '11·3 대책' 이후 진정되고 있으며 금년에는 주택공급 급증세가 마무리되면서 건설업도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대내외 불확실성 급증에 따라 최근 나타나고 있는 소비자 및 기업의 급격한 심리 위축은 향후 실물경기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추가적 요인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B위원도 "올해 경제성장과 관련해 가계부채의 원리금(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 증가, 정치적 불확실성 지속에 따른 경제심리 회복 지연 등이 소비와 투자의 하방 리스크(위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수출은 전체적으로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세계교역 신장세 약화는 수출의 하방 리스크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이 위원은 "앞으로 우리 경제는 구조개혁 노력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완화적 재정·통화정책으로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면서 경제를 둘러싼 여러 리스크 요인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위원은 "청탁금지법과 정치적 불확실성이 시차를 두고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고용 등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D위원 역시 "금년도 성장 전망과 관련해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상·하방 리스크가 잠재하고 있어 실제 성장흐름이 어떨지 매우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은 실무부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당분간 민간소비나 서비스업 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청탁금지법 시행이 도소매업 등 관련 업종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금융위원들은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동결했고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8%에서 2.5%로 0.3% 포인트 낮췄다.
금통위에서는 한국 경제가 기초체력 강화를 위한 성잠잠재력 확충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경기가 예상외로 급락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단기적인 경기대응보다 금융안정 및 성장잠재력 확충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금통위원도 "글로벌 경제 회복에 따른 수출호전으로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동안 구조개혁을 빠르게 추진하고 중장기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며 가계가 부채에 의존한 지출보다 소득에 근거한 지출로 전환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은은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 "금년에는 집단대출이나 비은행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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