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얼굴' 대사 인사까지 최순실 입김…검증시스템 논란(종합)

입력 2017-01-31 17:59
수정 2017-01-31 18:01
'나라얼굴' 대사 인사까지 최순실 입김…검증시스템 논란(종합)

비외교관 출신 '특임 공관장', 정식 자격심사 아닌 서면심사

"특임공관장 취지 훼손않는 범위에서 검증시스템 만들어야"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얼굴' 역할을 하는 재외공관장 인사에까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풍문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31일 박영수 특검팀의 소환조사를 받은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는 특검 조사에서 "최순실 씨를 여러 차례 만났고 최씨의 추천으로 대사가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최순실 씨가 일부 재외공관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설은 있었지만, 수사를 통해 그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의 신임장을 받아 파견되는 대사의 경우 주재국에서 한 국가의 대표 자격으로 활동하며 흔히들 '외교관의 꽃'으로 불린다. 특히 주재국 정부와 교섭하며 국익이 걸려 있는 민감한 사안들을 수시로 처리해야 할 대사 인사에 비선 실세가 개입된 것은 다른 인사 개입 사례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삼성맨' 출신인 유재경 대사처럼 비(非) 외교관 출신이 발탁된 이른바 '특임 공관장' 인사다.

외교적 필요에 따라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직업 외교관이 아닌 사람을 대사나 총영사와 같은 재외공관장에 임명하는 제도로, 외교부 장관이 추천하거나 유재경 대사처럼 청와대에서 직접 추천하는 경우도 있다.

관련 법령에 따라 외교부 장관이 '외교업무 수행에 필요한 자질과 능력을 구비한 자'를 특임공관장으로 임용 제청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사실상 대통령의 고유 인사권 행사로 여겨지고 있다.

이 같은 특임 공관장에 대해 검증하는 시스템이 이번 최순실 씨 개입 건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필요한 자질과 능력을 갖췄는지, 추천 과정에서 문제는 없는지 등을 걸러낼 장치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에 따르면 대사나 총영사 등 재외 공관장으로 나갈 사람은 1년에 두 차례 실시되는 정기 '공관장 자격심사'를 받는데 이는 외교부 직원에 대한 것이며, 특임 공관장은 이런 절차 없이 서면심사를 받는다.

정식 공관장 자격심사의 경우 공관장 경력이 있는 외교부 1급 간부와 외부 위원 등 7명의 심사위원이 심사하지만, 서면심사는 이런 절차 없이 외교부 내부 결재 절차를 거치게 돼 있어 내실 있는 인사 검증이 가능할 지에는 의문표가 붙는다.

외교부 직원과 동일한 자격심사를 하기는 어렵더라도 특임 공관장 제청권이 외교부 장관에게 있는 만큼 외교부 차원에서 필요한 검증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외교부는 청와대의 검증 절차까지 포함해 특임 공관장에 대해서도 3∼4단계의 검증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대통령이 '낙점'한 인사에 대해 청와대가 엄정한 인사 검증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직 외교관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특임 공관장에 대해 일반 직업 외교관과 동일한 어학능력 등의 심사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면서도 "특임 공관장 고유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외교부 밖의 독립적인 인사위원회 등에서 인사 검증을 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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