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번엔 국가안보회의 파격 인선 논란
국가정보국장ㆍ합참의장 NSC 당연직서 제외…CIA 국장은 포함
'오른팔' 배넌 당연직 지명으로 거센 비난 자초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신임 미국 대통령이 미 외교·국방정책을 최종 심의하는 국가안보회의(NSC) 수석회의 당연직 위원 명단에서 정보와 군사 분야의 책임자를 배제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미언론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28일(현지시간) NSC 수석회의 당연직 위원으로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을 포함하고 댄 코츠 국가안보국장(DNI)과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을 탈락시켰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면 극우·인종주의의 극심한 논란을 빚은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고문을 새로 포함했다.
외교·안보·군사 정책 등에 대해 대통령에게 종합적으로 자문하는 최고 회의체인 NSC 당연직 참석자 명단에서 정보와 군사 분야 최고 수장인 코츠 국장과 던퍼드 의장을 "관련 사안이 있을 때만 참석할 수 있는"이라는 단서를 달아 '임시직'으로 강등시킨 셈이다.
대통령이 의장인 NSC에는 부통령과 국무·국방장관 등이 위원, 국가안보국장과 합참의장 등이 각각 당연직 정보·군사 고문으로 참여해왔다.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해군 장교 출신인 배넌 고문은 국제적 현안에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면서 "배넌을 NSC에 참여시킨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결정 과정에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백악관의 이런 주장에도 의회와 행정부 고위 인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비판론자들은 NSC가 국가 존망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은밀한 기밀을 취급하고, 정책 이견을 토론을 통해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곳이기 때문에 정치적 성향이 강한 인사가 참여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29일 CBS 방송에 출연해 배넌의 NSC 당연직 위원 자격 부여는 "NSC 역사상 유례가 없는 과격한 출발을 했다"며 "더구나 이 회의에 없어서는 안 될 합참의장이 빠진 조직 개편에 깊은 우려를 한다"고 일갈했다.
버락 오마바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수전 라이스는 트위터에 배넌의 NSC 당연직 위원 지명을 비판한 후, 이는 던퍼드 의장과 코츠 국장의 지위 '격하'로 해석될 수 있다고 일갈했다.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도 ABC 방송에 출연, "현행법상으로 두 자리밖에 없는 NSC 상설 고문직인 국가정보국장과 합참의장을 당연직 위원에서 배제한 것이 가장 우려스럽다"며 "대통령이 좋아하든 안 하든 국가정보 국장과 합참의장은 유익한 식견, 판단력 그리고 경험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NSC 법무 보좌관을 지낸 존 벨링거 미 외교위원회 비상근 선임 연구원은 "부시 행정부에서는 칼 로브 (백악관 정치 고문 겸 비서실 부실장)은 NSC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조시 볼턴 백악관 실장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국내 정치 문제를 국가안보 결정 과정에 개입시키고 싶지 않다는 점을 군부에 보여주고 싶어 했다"고 밝혔다.
벨링거는 이어 배넌이 NSC 회의에 당연직으로 참석한다는 것은 폼페오 CIA 국장보다 우위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공식 초청은 아니더라도 "CIA 국장은 통상 NSC와 수석회의에 참석해왔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선 그렇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치에 대해 "회의가 매우 효율적이 될 것이며 국가안보가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47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 지시로 발족한 NSC는 대통령이 국가안보와 관련한 중대 결정 과정에서 군부와 정보기관으로부터 최고 수준의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결정된 사안이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중앙기구로서 기능한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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