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4·3사건 축소·왜곡 여전…폐기해야"(종합)
유족회, 국회의원, 제주교육청 등 반발·우려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과 검정교과서 집필 기준이 확정 발표됐지만 제주에서는 "4·3 관련 부분이 여전히 축소·왜곡돼있다"며 국정교과서 폐기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31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국정교과서의 제주4·3사건 관련 서술에서 오류가 있었던 특별법의 명칭을 정정하고, 4·3평화공원에 안치돼있는 희생자의 위패 관련 내용을 수록했다"며 4·3을 포함해 현대사의 일부 쟁점 내용을 보완함으로써 국민적 요구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4·3희생자유족회 측은 "유족들의 지속적인 요구사항을 철저히 무시한 채 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엉터리 교과서를 강제 주입하려는 치졸한 작태에 실망스럽다"며 국정교과서를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유족회는 "최종본이라고 들이미는 교과서는 내용이 부실하고, 검정교과서 집필 기준은 향후 오류의 복제물을 양산해낼 것이 분명하며, 편찬심의위원은 비상식적으로 편향된 인사들로 구성됐다"며 "안타깝고 통탄스럽다"고 밝혔다.
유족회는 "지난달 이준식 교육부 장관 등을 만나 국정교과서 반대 입장을 피력했지만 정작 그들이 내놓은 것은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는 무책임한 입장발표뿐"이라며 "교육 당국의 이런 고집불통 정책을 막기 위해 국정교과서 금지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윤경 유족회장은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미흡한 정도가 아니라 매우 불쾌하고 실망스럽다"며 "4·3 발발 배경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는데 학생들이 어떻게 4·3사건을 이해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강창일·오영훈·위성곤 의원도 공동성명을 통해 "4·3의 배경과 원인에 대한 설명이 없고, 희생자도 4·3평화공원에 위패가 안치된 1만4천여명으로만 기술해 규모를 의도적으로 축소했다"며 "문제점을 대부분 수정치 않고 일부 부연설명만 각주로 추가하는 등 기존 방향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회가 본회의에서 국정교과서 폐기 결의안을 의결했고 국정교과서 금지법도 본회의 최종 통과만을 기다리고 있음에도 국정화를 강행하는 건 국회와 국민의 뜻을 무시한 것"이라며 "교육과정·역사교육의 정상화와 국정교과서 폐지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제주도교육청은 입장자료를 통해 "국정 역사교과서 체제로는 다양한 관점과 가치관을 존중하고, 민주적·미래지향적 역사교육을 할 수 없다"며 내용과 상관없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도교육청은 "최종본의 4·3 관련 내용을 평가하는 것은 국정교과서를 인정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기에 불필요하다"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의 공동 대응을 통해 국회에서 추진 중인 국정교과서 금지법의 조속한 처리와 학교현장의 혼란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도 성명을 통해 "교육부가 국민과 현장의 의견을 수렴했다면 도민과 4·3 유족의 한결같은 반대 의견을 반영해 국정교과서를 즉각 폐기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최종본을 내놓은 것은 제주도민을 능멸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앞서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이 공개된 뒤 제주도는 "4·3에 대한 서술이 미흡하다"며 지자체 차원의 유감을 표명했으며 4·3 관련 단체와 제주도교육청, 시민사회단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 여야 제주도당 모두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이밖에 국정교과서에서 제주 관련 내용 중에는 '고려의 지방행정' 지도에 고려 시대까지 제주도에 존재했던 옛 왕국인 탐라국이라는 명칭을 기재하지도 않고 일본 열도와 같은 회색으로 표시해 탐라국이 마치 일본 땅인 것처럼 표기됐다는 지적이 받아들여져 '탐라(제주)' 표기가 추가되고 색깔도 수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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