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역사 동화면세점 문닫나…경영권 향방 '안갯속'(종합2보)

입력 2017-01-31 19:58
44년 역사 동화면세점 문닫나…경영권 향방 '안갯속'(종합2보)

국내 최초 시내면세점…김기병 회장 경영권 포기 의사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국내 최초 시내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의 앞날이 미궁에 빠졌다.

경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화면세점은 호텔신라에 채무를 변제하는 대신 경영권을 넘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호텔신라는 이를 거부하고 채무 변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영권 제3자 매각도 거론되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면세점 특허 반납과 청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화면세점은 작년 6월 호텔신라의 풋옵션(매도청구권) 행사로 지난달 19일까지 상환해야 할 715억원을 갚지 못했다.

동화면세점은 다음 달 23일까지 10% 가산된 788억원을 상환해야 하지만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고, 계약에 따라 담보로 제공했던 주식 30.2%(57만6천주)를 추가로 내놓겠다고 호텔신라에 전했다.

해당 지분은 최대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 지분이다. 김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막내 여동생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대표의 남편이다.

앞서 호텔신라는 2013년 동화면세점 지분 19.9%를 600억원에 취득하면서 3년 뒤 투자금 회수를 위한 풋옵션을 걸었다.

기존 19.9%에 추가 담보 지분을 더하면 총 50.1%가 된다. 호텔신라가 이를 모두 넘겨받으면 경영권을 인수하게 된다.

사실상 김기병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하는 셈이다.

동화면세점 지분은 김 회장(41.66%)과 신정희 공동대표(21.58%) 등 김 회장 일가가 7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분 43.55%를 보유한 롯데관광개발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면세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동화면세점과 같은 중소·중견면세점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됨에 따라 김 회장이 면세점 사업을 접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동화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을 포기하거나 특허를 반납하려는 것은 전혀 아니며 핵심역량에 집중하려는 것"이라며 "면세점 사업은 환경이 악화하고 있어 호텔신라와 공동 경영에 나서는 게 낫겠다는 전략적인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호텔신라의 입장은 다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동화면세점 지분 청산 금액을 상환받는 게 최우선이며 인수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김 회장이 변제 능력이 있는 만큼 변제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신규면세점이 대거 문을 열면서 면세점의 가치가 떨어지자 김 회장은 동화면세점 경영권을 포기하고, 호텔신라는 이를 받지 않으려는 상황이 된 것이다.

양측은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쉽게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광화문 사거리에 위치한 동화면세점은 1973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시내면세점이다.

중소·중견면세점이지만 루이뷔통 등 명품브랜드 매장을 입점시키며 성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실적이 악화됐고 올해 들어서는 루이뷔통과 구찌 매장이 철수하고 전체 영업시간도 단축했다.

호텔신라가 경영권을 인수하려고 해도 성사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일단 당국이 이를 허용해야 한다.

면세점은 한정된 허가를 바탕으로 하는 특허사업이기 때문에 기업이 임의로 매각할 수 없다.

원칙적으로 특허권을 획득한 기업이 사업하지 않으면 특허를 반납해야 하며, 매각이나 승계를 하려면 당국과 협의해 진행해야 한다.

동화면세점이 중소·중견면세점이어서 대기업에 특허를 넘길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고, 독과점 논란도 발생할 수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업체가 매각 등을 추진한다면 이에 대해 허용할지 다각도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3의 기업으로의 매각을 추진한다고 인수자가 나타날지도 미지수다.

인수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동화면세점 인수에 대해 검토한 바가 전혀 없다"며 "올해 연말 개장 예정인 현대면세점 무역센터점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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