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친중파 美해군장관 임명에 기대…트럼프 접촉창구 되나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대(對) 중국 강경노선 일색의 트럼프 정부에서 새로 임명된 미국의 신임 해군장관에 중국이 기대를 걸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랜 홍콩 거주 경험을 갖고 있는 사모펀드 임원 출신의 필립 빌든(53)을 해군장관에 내정함에 따라 중국은 이 지중파(知中派) 인사를 접촉 창구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쥔서(張軍社) 중국 해군군사학술연구소 연구원은 빌든 내정자가 비교적 중국상황에 익숙한 인사로서 양국간 오해나 오판 가능성을 줄이고 일정 부분 관계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빌든 장관 내정자는 미 조지타운대에서 ROTC(학군장교) 과정을 마치고 1986년부터 10년간 육군 정보장교로 복무했으며 제대 후 사모펀드인 하버베스트 파트너스에 입사해 1996년부터 2014년까지 홍콩에서만 18년 근무했다.
빌든 내정자는 홍콩에서 중국 국유기업 및 은행과의 합작투자 등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투자전략 기획 및 실행, 자금모집 등을 담당하면서 중국에 친숙한 인물로 꼽힌다.
미국 온라인매체 쿼츠는 빌든이 홍콩에서 지내는 동안 중국에 맞서지 않으려는 사업가적 성향을 보였다고 전했다. 제임스 스트랩리디스 예비역 제독은 "빌든은 해사 분야에서 특별한 경력과 함께 아시아, 특히 중국에 대한 전문성과 사업가들이 중시하는 효율성을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진영과 연결할 끈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던 터에 빌든 내정자가 트럼프 정부와 인적교류를 시작할 단초를 제공하는 창구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30년 넘게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테리 브랜스테드(70) 아이오와 주지사가 주중 미국대사로 내정되기는 했으나 중국은 그간 트럼프 진영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채널 확보에 애를 써왔다.
주중 외교 소식통은 "중국 정부는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낮게 보고 트럼프 진영의 친중, 지중 성향 인사도 파악하지 못했다"며 "최근에서야 연구소 학자 중심으로 인적교류가 시작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빌든 내정자가 군비 통제에 전문성을 가진 해군장관으로서 중국 해군의 해양진출 전략에 저해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
관영 환구망은 미국 해군과 해병대를 통솔하며 평시 해안경비대 지휘권도 갖고 있는 해군장관이 해군 무기장비의 개발과 구매, 훈련, 모병 등 업무와 함께 해군기지 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점에 주목했다.
환구망은 31일 빌든 장관이 앞으로 함정, 전투기, 미사일을 포함한 해군 무기장비를 개발하는 문제에서 금융 전문성을 발휘, 예산지출을 엄격히 통제함으로써 군비절감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내정사실을 발표하면서 "빌든이 미 해군의 몸집을 키우고 해군이 보유한 군함과 잠수함, 항공기 등을 현대화하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중국의 예상과 정반대로 빌든 내정자가 움직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미군을 주창하면서 미 해군이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의 아시아 권역에서 중국 해군력의 부상에 맞서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중국은 트럼프 내각에서 유일한 지중파 인사로 꼽히는 빌든 장관 내정자가 중국에 대해 향후 어떤 입장을 보일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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