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진단, 췌장암의 경고신호일 수도"

입력 2017-01-31 11:19
"당뇨병 진단, 췌장암의 경고신호일 수도"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당뇨병 진단 또는 당뇨병의 급격한 악화가 췌장암의 경고신호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국제질병예방연구소의 알리스 쾨히린 박사는 3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럽 암 학술대회(European Cancer Congress)에서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보도했다.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에서 2008~2013년 사이에 당뇨병 진단을 받은 45만6천311명과 2008~20012년 사이에 벨기에에서 당뇨병으로 진단된 36만8천377명의 의료기록을 조사 분석한 결과 이런 사실이 밝혀졌다고 쾨히린 박사는 말했다.

각각 조사 기간에 롬바르디아에서는 1천872명, 벨기에에서는 885명이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분석 결과는 전체 췌장암 환자 가운데 50%가 당뇨병 진단을 받거나 일반적인 당뇨약으로 혈당이 떨어지지 않아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는 인크레틴(incretin) 제제가 처방된 지 1년 안에 췌장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벨기에에서는 췌장암 환자 중 25%, 롬바르디아에서는 18%가 당뇨병 진단 또는 인크레틴 처방 90일 안에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1년 후부터는 췌장암 진단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당뇨약 인크레틴이 처방된 당뇨병 환자의 경우 첫 3개월 안에 췌장암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다른 당뇨병 환자에 비해 3.5배, 인크레틴 처방 후 3~6개월 사이에는 2.3배, 6~12개월 사이에는 2배 각각 높게 나타났다.

이미 당뇨병이 있었지만, 일반 경구 당뇨약이 듣지 않아 인크레틴으로 전환한 환자와 당뇨병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인슐린 주사까지 공격적인 치료가 필요했던 환자는 췌장암 진단 시기가 더욱 빨랐다.

인크레틴과 인슐린 주사는 췌장을 자극하기 때문에 췌장암을 조장할 수 있다. 그러나 거꾸로 췌장암이 당뇨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 결과를 보면 인크레틴 처방이 췌장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췌장암이 당뇨병을 악화시켜 인크레틴 처방을 필요하게 만드는 이른바 '역 인과성'(reverse causation)일 수 있다고 쾨히린 박사는 설명했다.



s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