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한을 '핵무장국'이나 '불법 핵무장국'으로 부르자"
외교안보연구소 전봉근 교수 "핵보유 '사실'과 '지위' 구분해야"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국제규범을 어겨가며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을 '핵무장국' 또는 '불법 핵무장국'으로 부르자는 주장이 나왔다.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소속 전봉근 교수는 지난 25일 펴낸 정책연구 논문 '동북아 핵전략 경쟁과 한국 안보'에서 "북한의 핵무장 또는 핵보유에 대한 객관적 사실의 기술과 '핵보유국' 지위 문제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제언했다.
전 교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이 인정하는 '핵보유국'은 합법적 5개 핵무장국(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이외에는 절대로 그 명칭을 사용할 수 없으며, 사실상 고유명사"라며 "단순히 핵무기를 가진 국가를 지칭할 때는 일반명사로서 '핵무장국(nuclear-armed state)'이라고 부를 것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
전 교수는 이어 "이는 북한의 핵무장에 대한 객관적 기술에 지나지 않는다"며 "북한을 '핵무장국'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북한의 핵무장에 대한 불법성과 범죄성이 조금도 경감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또 "북한을 '핵무장국'으로 부른다고 해서 그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군사적·외교적 노력이 조금도 약화될 이유가 없다"며 "오히려 북한을 핵무장국으로 인식함으로써 비핵화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하고, 군사적 대응책 마련에도 더욱 집중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교수는 "북한을 다른 핵무장국과 차별화하고, 그 불법성을 부각하기 위해 '불법 핵무장국'으로 부르는 방안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북한을 포함한 전세계 핵무장국의 지위는 NPT에 따라 핵보유가 합법적으로 인정되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미·중·러·영·프)과, NPT의 틀 밖에서 핵무장에 성공한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 등으로 구분되는데 북한은 NPT 회원국이었다가 불법 핵개발 활동이 탄로나자 NPT를 탈퇴해 핵무장한 나라로서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과도 법적 지위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작년까지 5차례 핵실험을 단행한 북한은 헌법에 자국을 '핵보유국'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핵보유국' 자격으로 미국 등과 핵군축 회담을 하겠다는 등의 주장을 폄으로써 2005년 9·19공동성명에 명시된 비핵화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려 해왔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미국이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채 북한 비핵화를 포기하고 핵동결 및 핵무기 비확산으로 목표치를 낮출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해왔다.
그런 만큼 북한을 핵무장국 또는 불법 핵무장국으로 부르자는 전 교수의 주장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북한의 요구는 거부하되,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현실은 그것대로 인정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미국 연방 상원의원은 2015년 국방수권법을 발의하면서 '북한은 핵무장국'이라는 표현을 넣어 논란을 부른 적이 있다. 그 직후 미국 국무부는 "미국은 북한을 핵무장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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