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쟁동맹과도 불화…이라크 의회 미국인 입국금지 촉구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미국의 대테러 전쟁 동맹인 이라크 의회 의원들이 이라크 등 7개 이슬람 국가 국민들의 미국 입국을 일시 금지하는 미국 정부의 행정명령 발동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인들의 이라크 입국 금지를 30일 촉구했다.
이라크 의회의 결정은 정부에 대한 구속력은 없으나 수니파 급진단체 이슬람국가(IS) 수중에서 북부 도시 모술을 탈환하기 위해 함께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이라크 관계에 긴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셰이크 후맘 하무디 이라크 의회 부의장은 의회의 결정을 일종의 '권고안'이라고 설명하고, 미국 의회가 "행정명령 적용 대상에서 이라크를 제외하도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에 압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7일 이라크와 예멘, 시리아 등 이슬람권 7개국 국민들의 미국 입국을 90일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라크 외교부는 트럼프 정부가 "동맹이자 전략적 파트너"로 간주하는 국가에 그같은 결정을 내려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라크 외교부는 성명에서 "이라크가 테러리스트나 수니파 극단주의 사상을 수출하는 국가가 아닌데도 행정명령 대상에 포함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미국내에서 이라크인 사회가 좋은 평판을 누리고 있고 그 구성원들은 어떤 테러 행위에도 관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며 결정을 재고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거듭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라크 의회가 미국인들에 대한 입국 금지를 실행에 옮길 것인지를 푸아드 마숨 대통령의 결정에 맡겼다고 전했다.
마숨 대통령은 의회의 요구를 거부하거나 하이데르 알아바디 총리에게 보내 법률로 정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경제개혁과 IS 퇴치 군사작전, 이란의 영향력 확산 차단 등을 위해 미국의 지원이 필요한 아바디 총리로선 매우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FT는 이라크가 미국의 조치에 맞서 당장 미국인들의 입국 금지를 실행에 옮기지는 않겠지만 트럼프 미 정부의 정책이 역내에 초래할 혼란을 가늠케 해준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등 7개국 국민에 대한 미국의 입국금지 조치와 이에 맞선 이라크 의회의 미국인 입국 금지 촉구는 이라크군이 모술에서 IS를 축출하기 위해 3개월 넘게 지상 작전에 참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려졌다.
모술 탈환 작전은 2003년 이후 이라크에서 전개되고 있는 최대 규모 군사작전이다. 미군은 2011년 이라크에서 공식 철수했으나 5천여명의 병력이 아직 이라크에 배치돼 이라크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다.
미군은 소수 병력으로 모술 시내와 공중에서 지원 작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라크군은 미국 주도 동맹군의 공군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모술 전투를 지휘하는 이라크군 장교들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으로 IS 격퇴 공조 전선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의 제프 데이비스 대변인은 미국 입국 금지조치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미군과 동맹군 요원에 협력한 이라크인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브라힘 알자파리 이라크 외무장관도 곧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를 만나 미국 입국 금지 대상에서 이라크를 제외해주도록 요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barak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