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과학계 "트럼프의 反이민정책이 과학을 죽인다" 비판
과학자들, '여성 행진' 본뜬 워싱턴 항의 시위 추진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미국 과학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극단적 반(反)이민정책이 미국의 과학 발전을 고사시킬 수 있다며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항의운동에 돌입했다.
30일 일간지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무슬림이 주류를 이루는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 행정명령으로 세계 각지에서 온 외국인 연구자들에 크게 의존해온 미국의 과학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고 비판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2013년 보고서에서 미국 과학자와 엔지니어 2천900만명 가운데 500만명 이상이 미국 태생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특히 2016년 미국 노벨상 수상자 6명 모두 이민자 출신이고 근년에 과학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 저자 중 5분의 1의 국적은 2개국 이상일 정도로 미국 과학계의 외국인 의존도는 높다.
미국이 세계 과학계에서도 '슈퍼 파워'가 된 배경엔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독일이나 유대계 학자를 비롯한 수많은 이민자 과학자들의 기여가 컸다.
카네기연구소의 매튜 스콧 소장은 "뛰어난 인재들의 자유로운 미국 입국을 막는 어떤 조치, 특히 전적으로 불필요한 조치도 도끼로 제 발을 찍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노벨상 수상자 30여 명을 포함한 5천명에 육박하는 학자들이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이민자들의 삶에 치명적으로 지장을 주고 미국의 국가 이익을 해치는 일"이라며 차별금지를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에 서명했다.
세계 최대 과학단체인 미국과학발전협회(AAAS)도 성명을 내어 "이번 금지가 오늘날의 대부분 과학 연구의 특징인 국제 협력을 저해하고 세계 도처의 재능있는 연구자들을 끌어들이는 미국의 능력을 손상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조치로 업무차 또는 개인적 일로 고국을 방문하고 미국으로 되돌아오려는 많은 과학자의 발이 묶였으며, 아직 미국에 머무는 외국인 과학자들도 학회 참석이나 연구를 위한 해외여행을 할 수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러쉬 홀트 AAAS 사무총장은 이번 조치로 이미 학자들이 연구 성과를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내달 보스턴에서 열릴 AAAS 연차총회 수상자 중 한 명인 수단 출신 여성 전기공학자 라니아 압델하미드를 비롯한 국제적 학자들의 참석이 어렵게 됐다고 토로했다.
소셜 미디어에선 이미 과학자들이 각종 학회나 회의를 미국 밖에서 여는 문제를 논의 중이다.
한편, 과학자들은 트럼프 정부의 반과학적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워싱턴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를 개최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의학전문매체 스태트뉴스는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당일 워싱턴에서 수십만명의 여성이 모여 대규모 항의시위를 개최한 '여성 행진'을 본뜬 '과학자 행진' 추진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벌써 페이스북 공식 계정엔 수만명이 가입했으며 트위터에선 과학행진 해시태그(#ScienceMarch)를 단 트윗들이 과계의 추세가 되고 있다.
이 운동 추진자들은 이미 공식 티셔츠를 판매 중이며, 여러 후원자를 끌어들이고 2천500명 가까운 자원봉사자들도 참가했다고 밝혔다.
choib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