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현직대사 소환…외교에 드리워진 최순실 그림자

입력 2017-01-30 17:43
수정 2017-01-30 17:48
2번째 현직대사 소환…외교에 드리워진 최순실 그림자

최씨 이권의혹 미얀마 K타운…'타당성 조사후 급제동' 경위 주목

깜짝 발탁된 '삼성맨' 유재경 駐미얀마 대사 임명 경위도 관심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2번째로 현직 대사가 소환되면서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그림자가 외교에까지 드리워진 양상이다.

특검팀은 해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관련한 최씨의 사적 이익 취득 혐의와 관련,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31일 조사한다고 밝혔다. 현직 대사의 특검 소환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조사받은 모철민 주 프랑스 대사(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이어 2번째다.

최씨 사건과 관련해 현직 대사 2명이 특검에 소환된 것은 한국 외교 역량 면에서도 손실임을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특검의 조사에서 최씨가 외교부의 ODA 사업과 일부 대사 인선에까지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파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무산된 '미얀마 K타운' 사업에 최순실 개입했나 = 특검팀이 최씨의 ODA 관련 사익 취득 혐의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미얀마 대사를 소환했다는 점에서 미얀마 K타운 사업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K타운 사업은 미얀마에 760억 원 규모의 컨벤션 센터를 무상원조로 지어주고 한류관련 기업들을 입점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이 사업은 한류 교류 증진 업무를 담당할 사업자로 최 씨가 소유한 미르재단을 명시해 논란이 일었던 '이란 K타워' 프로젝트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외교부 국장과 관계 부처 전문가 등이 지난해 9월 중순께 미얀마로 가서 K타운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예비 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미얀마 측이 제시한 부지에 미얀마 측이 요청한 컨벤션 센터를 지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결론을 낸 사안"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또 "K타운 사업에는 예비 조사를 위한 출장비 외에는 ODA 자금이 투입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비 조사단이 다녀온 시점은 작년 9월로, 최순실 씨가 주도한 미르재단 등의 문제가 일부 언론에 의해 불거진 이후다. 최씨의 개입 하에 사업이 추진되다 급제동이 걸렸을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소환된 유재경 대사 어디까지 개입했나 = 검찰의 소환통보를 받은 유재경 주 미얀마 대사가 K타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유 대사는 삼성전기 유럽판매법인장, 글로벌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한 '삼성맨'으로 작년 5월 발탁 당시 '깜짝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경제 외교를 위해 기업인 출신을 뽑은 것으로 볼 수 있었지만 유 대사는 삼성 시절 해외근무를 브라질과 유럽에서 했기에 미얀마와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불분명했다.

유 대사 스스로도 작년 5월 23일자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외교부에서 (제의) 전화를 받고 의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 대사는 작년 6월부터 대사로 근무했던 만큼 K타운에 대한 외교부 주도의 타당성 조사후 '추진 불가'로 결론날때까지 한-미얀마 정부 사이에서 공식 협의 채널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 대사는 작년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씨와는 "일면식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씨 딸 정유라 씨 지원을 둘러싼 삼성과 최순실 일가의 깊은 '커넥션'이 드러난 터라 유 대사가 K타운 추진 과정에서 최씨와 소통했는지 등이 특검의 조사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유 대사의 '깜짝 발탁' 과정에서 최씨의 입김이 개입됐는지도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비 외교관 출신으로서 경제·군사·문화 등에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발탁된 이른바 '특임 공관장' 인사의 경우 외교부의 실무적인 인사 절차는 거치지만 사실상 대통령의 고유한 인사권 행사에 해당한다고 외교부 관계자는 전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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