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간 다툼·만취 역주행·안전사고·방화로 설 연휴 '얼룩'
(전국종합=연합뉴스) 나흘간 이어진 정유년 설 연휴가 잇단 사건·사고로 얼룩졌다.
가족간 다툼이 방화와 칼부림으로 이어졌고, 교통사고도 잇따라 여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숯불을 피우고 자던 60대 남녀가 질식해 숨지기도 했다.
◇ 가족간 다툼으로 방화에 칼부림까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전 4시 30분께 배모(38)씨는 전북 익산의 한 도로에 주차된 아내 승용차에 불을 질렀다.
별거 중이던 배 씨는 설 연휴 가족이 있는 익산 집을 찾았다가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며 다툼을 한 뒤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소방서 추산 77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지난 29일 오전 9시 40분께는 경기 의정부의 한 아파트 발코니 바깥에서 40대 남성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남성은 경제적 문제로 부인과 다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7일 오후 11시께 충남 청양에서는 명절을 맞아 고향 집을 찾은 동생(43)이 형(44)과 말다툼을 벌이다가 형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동생은 "왜 담배를 끊지 않고 집에서 피우느냐"고 질책하는 형과 싸우다가 형을 흉기로 한 차례 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형은 크게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 역주행에 갓길 교통사고도 잇달아
30일 오전 3시 10분께 경남 김해시 전하동 김해여객터미널 근처 도로에서 A(40)씨가 몰던 싼타모 차량과 B(46)씨가 운전하던 오피러스 차량이 정면 충돌했다.
이 사고로 B씨와 싼타모 차량 동승자 C(46)씨가 숨졌다.
대리운전 기사인 A씨는 크게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도로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B씨가 중앙선을 넘어 300m가량 역주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B씨가 음주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지난 29일 오전 3시 30분께 김해시 남해고속도로 장유톨게이트 앞에서 박모(36)씨가 몰던 토스카 차량이 갓길에 멈춰 있던 그랜저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뒷바퀴 펑크로 타이어 교체작업을 위해 차량 밖으로 나와 있던 그랜저 승용차 운전자 김모(25)씨와 보험회사 소속 견인차량 운전기사 유모(34)씨가 숨졌다.
그랜저 승용차 뒷좌석에 앉아 있던 김 씨 친구 송모(25)·김모(25)씨도 다쳤다. 박 씨는 사고 후 차량을 그대로 두고 현장을 빠져나갔다가 뒤늦게 경찰에 자수했다.
박 씨는 "사고 직후 차량이 폭발할 것 같아서 현장을 떠났고, 그 과정에서 혼절한 바람에 자세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음주는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영광에서는 가족과 말다툼을 한 뒤 만취해 운전대를 잡은 혐의로 박모(30·여)씨가 불구속 입건됐다.
박 씨는 설날인 지난 28일 오후 9시 40분께 영광군 묘량면에서 차량을 몰고 역주행하다가 마주 오던 K5·그랜저 승용차를 잇따라 들이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고로 박 씨와 K5 운전자가 허리와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그랜저 승용차 탑승자 등 3명은 경상을 입었다.
박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운전면허 취소 수준인 0.182%로 드러났다.
지난 27일 오전 6시 30분께는 전북 순창의 한 도로에서 조모(50)씨 등 일가족 4명이 탄 쏘렌토 승용차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2m 아래 개울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조씨가 숨졌다.
조씨의 아내와 자녀 2명은 안전벨트를 맨 덕에 큰 상처를 입지 않았다.
조씨는 설을 쇠기 위해 고향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이날 새벽 인천에서 출발해 밤샘 운전을 한 조씨는 고향 집 도착을 불과 20여 분 앞두고 있었다.
◇ 연인·독거 남성, 안타까운 사고사
30일 오전 9시께 울산시 울주군의 한 주택에서 60대 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아침 식사를 함께하려고 방문한 이웃이 숨진 이들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방 안에는 숯불을 피운 흔적이 있는 화로와 설 음식, 소주병 등이 있었다.
외부 침입 흔적은 없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이 전원주택에 왔다가 추운 날씨 탓에 방 안에 숯불을 피워놓고 잠을 자다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앞서 28일 오전 9시 40분께는 경기 의정부의 한 단독주택 마루에서 D(54)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D씨가 이날 술을 마시고 마루에서 잠들었다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의주 한종구 김동철 김선경 권숙희 정회성 김용태 임채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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