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계열화의 덫…'맏형' 위기에 현대차 계열사 '동반 부진'
모비스·위아 등 부품 계열사 실적 하락…현대건설만 미소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가 최근 6년 만의 최저 영업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 주요 계열사 실적도 전반적으로 악화했다.
자동차의 원재료인 강판부터 해외운송과 할부 금융까지 자동차 생산·판매의 전 단계를 수직계열화한 만큼 현대차의 실적 부진이 다른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31일 각사의 2016년 실적발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주력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012330]의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 감소한 2조9천4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전년 8.1%에서 7.6%로 낮아졌다.
특히 주력 사업인 모듈 부문의 영업이익은 현대·기아차 파업에 따른 고정비 증가 등의 이유로 12.4% 하락하며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모비스는 매출의 약 70%를 현대·기아차와 그 종속회사에 의존한다.
현대차에 변속기와 엔진 등을 공급하는 현대위아[011210]는 영업이익이 2015년 5천10억원에서 작년 2천630억원으로 47.6%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6.4%에서 3.5%로 줄었다.
자동차용 강판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현대제철[004020]도 영업이익률이 전년 9.1%에서 8.7%로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도 원재료가 인상분이 철강 가격에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탓에 1조4천450억원으로 1.3% 감소했다.
현대글로비스[086280]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4.6%, 4.4% 성장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전년과 같은 4.8%로 최근 몇 년 정체된 상태다.
비철금속 트레이딩 등 비(非)자동차 부문의 실적 개선으로 선방했지만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완성차 해상운송은 현대·기아차 수출 감소 등의 영향으로 12.8% 줄었다.
금융 계열사도 중고차 잔존가치 하락으로 실적이 부진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연결 실적으로 잡힌 금융 부문 영업이익은 2015년 9천150억원에서 작년 7천30억원으로 23.2% 줄었다.
반면, 자동차와 관련이 없는 현대건설[000720]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7% 증가하며 건설사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 그룹 계열사 가운데 홀로 웃었다.
수직계열화는 일사불란한 의사결정과 자동차 산업 전문화를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 등의 장점이 있지만, 위험 분산이 안 되는 단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확보한 경쟁력으로 빠르게 성장해왔지만 최근에는 자동차 판매가 어려워지면서 그룹 전체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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