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출석불응에 진술거부…특검에 노골적인 '버티기'
갈길 바쁜 특검 수사 힘빼기 전략…'잃을 것 없다' 판단한 듯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출석 요구를 또 거부하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특검은 최씨에게 30일 오전 11시까지 출석해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한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으나 최씨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특검은 "최씨는 강압 수사가 없었다는 특검의 발표를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앞서 최씨와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조사 과정에서 부장검사의 폭언, 변호인이 입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 '면담'이라는 형식으로 이뤄진 '압박성' 조사 등 인권침해와 강압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특검이 26일 언론 브리핑에서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또는 참고인들에 대한 어떠한 강압 수사나 자백 강요 등 인권침해를 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출석 거부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최씨는 작년 12월24일 특검에 처음 출석한 이래 6차례 소환에 불응하다가 이달 25일 특검의 체포영장 집행에 따라 강제로 조사실에 앉았다.
하지만 굳게 닫힌 최씨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그는 체포 시한인 48시간 내내 진술거부권(묵비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오히려 최씨는 영장 집행 당일 특검에 출석하며 대기하던 취재진에 "억울하다", "자백을 강요한다",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등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미리 준비한 듯한 표현이었다. '특검을 믿지 못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지금까지 그의 언행으로 미뤄 자진 출석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재차 신병을 확보해 조사실로 데려오더라도 의미 있는 진술을 받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선 최씨가 특검 수사 기간이 한정돼 있다는 점을 노려 '버티기' 전략을 공식화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검은 내달 28일 자로 1차 수사를 종료해야 한다. 특검법상 한 달 연장이 가능하지만, 실제 성사될지, 성사되더라도 얼마나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씨 측은 일단 버티다가 체포 또는 구속영장 집행으로 조사실에 가더라도 묵비로 일관하면 특검 수사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최씨는 검찰 특별수사본부 단계에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터라 잃을 게 별로 없다. 딸 정유라(21)씨가 덴마크에서 체포됐지만, 송환을 거부하고 법적 다툼을 벌이면서 현지 검찰과 법원의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시간 끌기' 전략에도 불구하고 특검 입장에선 당장 활용 가능한 '카드'가 제한돼 있다는 점이 한계다.
일단 특검은 최씨의 자진 출석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체포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통상 2∼3차례 출석을 통보하고 응하지 않으면 체포 수순에 들어간다. 하지만 최씨는 한차례 체포영장이 집행된 데다 본인 의사도 별반 달라진 게 없어 추가 통보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특검 관계자는 "이제 최씨의 의사를 기다려줄 시간과 여유가 없다. 최대한 빨리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며 고강도 압박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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