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훼손한 '경희궁 회상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국립민속박물관, 에비 여사 기증자료서 사진 발굴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11월 13일에 경희궁의 회상전에서 아주 군신들을 버리고 떠나갔다. 춘추 45세이고, 재위는 34년이다. 종과 유모들도 물결처럼 달려와 빗줄기 같은 눈물을 흘렸다."
조선왕조실록 순조실록에서 제23대 임금 순조의 승하 장면을 묘사한 글이다. 정조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형인 문효세자가 1786년 죽자 1800년 왕위에 올랐고, 1834년 경희궁 회상전(會祥殿)에서 숨을 거뒀다.
국립민속박물관은 31일 조선시대 '서궐'(西闕)로 불렸던 경희궁에서 왕과 왕비의 침전 권역에 있었으나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전각인 회상전을 촬영한 흑백사진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가로 13㎝, 세로 9㎝인 이 사진은 1899년부터 20년 동안 한국에 머문 미국의 간호선교사 새디 웰본이 수집한 것으로, 그녀의 손녀인 프리실라 웰본 에비 여사가 지난해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
사진을 보면 회상전은 팔작지붕 건물로 사방에 난간이 설치돼 있고, 건물 왼쪽이 행각과 연결돼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회상전은 관련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사진은 역사적 가치가 높다"며 "사진에는 회상전이라는 기록이 없지만, 서울역사박물관에 있는 또 다른 회상전 사진과 비교해 장소를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회상전은 순조뿐만 아니라 효종의 비인 인선왕후(1618∼1674)가 승하하고, 제19대 임금 숙종이 1661년 출생한 건물이다. 순조가 세상을 떠나기 전인 1829년 화재로 소실됐으나, 이듬해 복구됐다.
그러나 고종이 즉위한 뒤 경복궁이 중건되면서 경희궁에 대한 관심이 줄어 사용 빈도가 감소했고, 일제강점기에는 경성중학교 부설 임시소학교 교원 양성소로 쓰였다. 결국 1928년 일본인이 운영하는 사찰에 매각됐다가 1930년대 화재로 사라졌다.
안창모 경기대 교수는 "일제강점기에 경복궁을 비롯한 궁궐들의 많은 건물이 팔려 나가거나 훼손됐다"며 "경희궁 회상전 사진 같은 자료를 하나하나 모아야 당시 역사의 전모를 밝히고 전각을 제대로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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