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리의 입국을 거절해 아우슈비츠에서 죽었습니다"
트럼프 무슬림 입국 막은 날 美 입국 거부로 숨진 홀로코스트 희생자 사연 큰 반향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미국의 한 트위터 사용자가 '세계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인 27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 올린 홀로코스트 희생자 사연이 큰 반향을 부르고 있다.
28일 일간지 USA 투데이에 따르면,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 사는 러셀 나이스는 전날 '세인트루이스 호(號) 승객 명단'(@Stl_Manifest)이라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미국 입국을 거절당해 다시 유럽으로 돌아갔다가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에 숨진 이들의 사진과 이름을 소개했다.
유엔은 2005년 총회에서 매해 1월 27일을 '세계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로 정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야만에 희생된 이들을 애도하고 앞으로 벌어질 대학살을 방지하자는 취지로 생긴 날이다.
유엔은 당시 구소련군이 홀로코스트 참극의 현장인 독일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해방한 1945년 1월 27일을 기념해 이날을 추모의 날로 지정했다.
전 세계 난민을 대학살의 위협에서 보호하자는 성격을 지닌 이 날,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시리아, 이란,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등 7개 무슬림 국가의 비자 발급을 일시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과거의 반성이 오늘날 다시 잊힐 위기에 놓인 시점에 등장한 나이스의 트위터는 그래서 사용자들의 시선을 끈다.
나치 독일이 발호하던 1939년 6월, 독일 선박 세인트루이스 호는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하려던 937명을 싣고 독일을 떠나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항구에 도착했다. 승선한 인원 대부분은 유대인이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이들을 나치의 첩자로 간주한 바람에 유대인들은 미국 입국을 거절당해 다시 유럽으로 돌아갔다. 미국 홀로코스트 기념박물관은 이들 중 254명이 홀로코스트에 희생됐다고 밝혔다.
나이스는 기념관 측의 자료를 바탕으로 희생자의 사진과 이름, 사망 장소를 트위터에 올렸다.
내용을 보면, "내 이름은 프리츠 츠바이겐탈입니다. 미국이 1939년 국경에서 내 입국을 허락하지 않은 바람에 프랑스에서 살해당했습니다", "내 이름은 레기나 블루멘슈타인입니다. 미국이 1939년 국경에서 내 입국을 허락하지 않은 바람에 아우슈비츠에서 죽었습니다"란 내용이 적혔다.
이름을 소개하고 미국이 입국을 거절했다는 내용과 함께 사망한 장소를 알리는 동일한 형식이다.
나이스는 "현재 우리 정치 환경을 고려해 세인트루이스 호의 희생자들을 눈으로 기억하자는 뜻에서 이 계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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