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형탄원 거부된 블라고예비치 딸, 오바마에 항의편지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퇴임 전 특별사면 대상에서 제외된 라드 블라고예비치 전 일리노이주지사의 딸이 오바마에게 보내는 장문의 항의편지를 온라인에 올려 관심을 끌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2008년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으로 빈자리가 된 연방상원의원석에 대한 매관매직 시도 혐의로 징역 1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블라고예비치의 맏딸 에이미(20)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오바마를 "정의를 저버린, 이기적이고 줏대없는 사람"이라 비난했다.
노스웨스턴대학 재학생인 에이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일리노이 주 민주당 동지였던 블라고예비치 전 주지사의 체포와 재판, 형량 선고, 수감, 재심 등의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임기 내내 입을 닫고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에이미는 "집권 1기에는 재선을 망칠 수 없어서, 2기에는 힐러리 클린턴 대선 캠페인을 돕느라 그랬을 수 있다. 하지만 후임 대통령이 결정되고 단행한 마지막 감형 조치 대상에서마저 제외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블라고예비치는 작년 말 대선이 끝난 후 연방 법무부에 감형 탄원서를 제출하고 오바마의 반응을 기다렸으나 퇴임 전 마지막 날까지 이어진 총 1천715명 특별사면 대상자에 속하지 못했다.
에이미는 블라고예비치의 감형 청원과 별도로 동생 애니(13)와 함께 오바마에게 개인적인 편지를 보내 눈물 어린 호소를 한 사실을 털어놓으며 "우리 또래의 두 딸을 키우는 사람이 우리의 상심과 절망을 듣고도 모른 척 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라고 원망했다.
이어 오바마가 미군 기밀자료를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건넨 첼시 매닝 일병과 푸에르토리코 민족해방전선(FALN) 리더 오스카 로페즈 리베라를 특별사면하면서 '무고한' 자신의 아버지는 사면하지 않았다며 "아버지는 '실수'를 했을지언정 '불법'을 자행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블라고예비치는 주 검찰과 연방하원의원 3선을 거쳐 2002년 일리노이주지사에 처음 당선됐고, 저소득층·이민자·노인 대상 복지정책을 호평받아 2006년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2008 대선 직후 오바마 후임 연방상원의원 지명권을 가지고 정치적 거래를 시도하다 기소돼 정치인에 대한 최장 형량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일각에서는 블라고예비치가 과감한 정치개혁을 추진하다 '특정집단'의 미움을 샀고, 그 특정집단이 대통령으로 세운 오바마와 힘겨루기를 하다 정치생명이 끊기고 과도한 처벌을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에이미는 편지글 말미에 "많은 이들이 당신의 퇴임을 아쉬워하는 듯 보이지만, 나는 당신이 떠난 것이 반갑다. 당신이 성인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도 한때 당신을 좋은 사람으로 생각했었다. 다른 이들처럼 세뇌됐었던 것 같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당신 손에 묻은 피가 보인다. 당신은 비 미국적인 부정행위의 방관자로 죄책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의 감형청원 거부로 블라고예비치의 운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손에 놓였다.
블라고예비치는 2010년 트럼프가 진행하는 NBC 리얼리티쇼 '셀러브리티 어프렌티스' 시즌3에 출연, 14명의 경쟁자 중 네 번째로 '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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