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잊고 산업현장 지키는 울산 석유화학 근로자들
SK에너지, LS니꼬동제련 등 정상 출근…조선·자동차는 휴업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고향에는 못 가지만 자부심 느낍니다."
울산 석유화학공단 근로자들은 설 명절에도 가족의 따뜻한 정과 고향의 넉넉함을 뒤로 한 채 산업현장을 지킨다.
설 당일인 28일 오전 6시 30분께, 울산시 남구 SK에너지 울산공장으로 통근버스가 속속 도착했다.
10여 대의 버스에서 내린 300여 명의 근로자는 출근 체크를 한 뒤 저마다 맡은 자리로 흩어져 시스템을 점검하거나 공정 안전을 확인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는 일과를 시작했다.
여느 때처럼 작업복과 안전모를 착용한 직원들이 공장 이곳저곳에서 목격되는 풍경에서는 연휴의 여유로움을 찾을 수 없었다.
이 공장 직원 3천여 명 가운데 생산현장 근로자 1천400여 명은 연중 공장이 멈추지 않도록 4조 3교대로 근무한다. 공정이 연속해서 이어져야 하는 장치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아침조 오전 7시∼오후 3시, 오후조 오후 3시∼11시, 야간조 오후 11시∼다음날 오전 7시로 돌아가는 근무는 빈틈이 없다.
이들이 가족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때는 공장 정기보수 기간이나 동료의 양해를 얻어 개별휴가를 사용할 때뿐이다.
울주군 LS니꼬동제련 울산공장도 전체 종업원 700여 명 가운데 450여 명의 생산직이 4조 3교대로 근무한다. 동광석에서 구리를 비롯해 금, 은 등 유가금속을 추출하기 위해 1천200도 이상의 고열을 유지하는 용광로를 가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에쓰오일, 고려아연 등도 공장을 돌리는 등 석유화학 기업체 대다수는 명절과 상관없이 24시간 가동된다.
대표적인 장치산업인 석유화학이나 비철 산업은 각 공정 라인이 연속해서 가동되는 것이 특징이다.
공장 가동을 멈추거나 재가동할 때 최소 며칠씩 시간이 걸리고 이 과정에서 연료 손실도 크기 때문에 중단없이 공장을 돌리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다수의 현장직은 정상 출근하고, 사무직만 명절 연휴를 보낸다.
반면에 조선과 자동차 등 울산의 다른 제조업 기업체는 설 연휴에 공장 가동을 멈춘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27일부터 31일까지 5일간, 현대중공업은 27일부터 30일까지 4일간 휴무다.
북구 효문공단과 매곡공단, 울주군 온산공단, 경주 외동공단 등지에 밀집한 자동차·조선 협력업체들도 대부분 원청기업 휴무 일정에 맞춰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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