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군인 송환 안 하면 난민협정 파기"…터키, 그리스 압박

입력 2017-01-27 21:23
"쿠데타 군인 송환 안 하면 난민협정 파기"…터키, 그리스 압박

체포 영장 발부 이어 송환 2차 요구서도 공식 발송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작년 7월 터키 군부의 쿠데타 모의 당시 그리스에 넘어가 망명 신청한 터키 군인들을 터키로 보낼 수 없다는 그리스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터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관영 아나돌루 통신 등 터키 언론에 따르면 블리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27일 "쿠데타에 연루된 군인들을 돌려보내지 않는다면 난민협정 파기를 비롯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터키 정부는 이날 자국 군인들을 돌려보내 달라는 2차 송환 요구서도 그리스 정부에 공식 발송하는 등 그리스에 전방위인 압박을 시작한 모양새다.



터키 정부는 전날 그리스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직후에도 이들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하고, 테러 대응 등을 포함한 역내 현안에서 그리스와의 협력 관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즉각적으로 반발을 표출했다.

또, 터키 외교부는 전날 성명에서 "8명의 군인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전복하려고 기획된 쿠데타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며 "과거에 쿠데타를 경험한 그리스는 이번 결정으로 쿠데타 연루자를 옹호하는 나라가 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리스는 1967년 군부 일부 세력이 일으킨 군사정변으로 7년 동안 군부 독재를 겪었다.

그리스 대법원은 전날 8명의 터키 군인들이 터키로 송환되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고, 목숨마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변호인과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여 일부 군인을 돌려보내라고 명령한 2심을 뒤집고, 전원 송환 불가 판결을 내렸다.

터키군 소령 2명과 대위 4명, 부사관 2명 등 총 8명은 불발 쿠데타 다음 날인 지난달 16일 헬리콥터를 타고 그리스 북부 알렉산드루폴리스로 넘어가 망명을 신청했다. 이들은 쿠데타 시도에 가담한 적이 없으며 소요 사태 도중 경찰의 공격을 받아 터키를 떠나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스 여야 정치권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일제히 환영 논평을 내고 "사법부가 외교적 압력에 굴하지 않고, 국제법과 인권에 입각해 공정한 판결을 내렸다"고 반겼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는 터키와의 협력을 중단할 경우 난민 사태 악화 등이 불가피한 만큼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작년 3월 터키가 유럽연합(EU)과 난민 송환 협정을 맺은 후로 터키를 통해 그리스로 유입하는 난민 수는 크게 감소했다.

과거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투르크의 식민지였던 그리스는 터키에 대한 국민 감정이 좋지 않고, 에게 해 영유권, 키프로스 통일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으나 에르도안 대통령 집권 이후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인 터키와 난민 문제에 있어 긴밀히 협조하는 등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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