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출신·아스널 팬'…귀국한 감비아 새 대통령 이력 화제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감비아의 아다마 배로(51) 신임 대통령이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와 대통령궁에 입성하면서 그의 이색적인 경력이 다시 한 번 조명을 받고 있다.
27일 알자지라 방송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배로 대통령은 자신이 피신해있던 세네갈에서 26일(현지시간) 오후 감비아 수도 반줄 국제공항에 도착해 수만명의 시민으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대선 패배에 불복한 야히아 자메 전 대통령이 지난 21일 적도기니로 망명하고 나서 약 일주일 뒤 고국의 땅을 밟게 된 것이다.
부동산 개발업자였던 배로는 대선 직전까지만 해도 정치 경험이 거의 전무한 '정치 신인'이었지만, 야권의 단일 대표로 출마해 지난달 초 대선에서 야히아 자메 대통령을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선출직 공무 경험도 전혀 없는 배로의 당선은 당시 대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영국으로부터 1965년 독립한 감비아 동부의 붐비는 상업지역인 바세에서 태어난 배로는 경제적 궁핍을 피해 영국으로 이주해 살았다.
배로는 영국의 대형 할인마트 아르고의 북런던 지점의 경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영국에 거주하던 당시 다른 아프리카 이민자들처럼 유명 축구클럽 중 하나인 아스널의 열렬한 팬이기도 했다.
그는 독실한 무슬림(이슬람교도)이자 스스로 '워커홀릭'이라고 부를 정도로 매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비아로 건너와서는 자신이 고용됐던 최대 부동산 회사를 소유하면서 성공한 사업가로서의 이미지도 구축했다.
그는 두 명의 부인과 결혼했으며 슬하에 5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으나 그중 여덟 살배기 아들 한 명이 최근 감비아에서 개에 물려 숨졌다.
당시 그는 세네갈로 피신한 상태여서 아들의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배로는 대선에서 패배한 자메 전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하자 지난주 세네갈 주재 감비아대사관에서 대통령 취임을 열기도 했다.
배로는 전날 반줄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는 취재진에게 "나는 오늘 행복한 사람이다. 지금까지는 고난의 일부였다. 나는 안 좋은 일들이 이젠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배로가 흰색 차를 타고 반줄 시내를 행진하자 그의 지지자들이 택시와 승합차, 버스를 타고 따라다니며 환호를 하거나 경적을 울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배로는 대선 캠페인에서는 자메 대통령을 '영혼 없는 독재자'로 묘사하며 사법부의 독립, 언론과 시민단체의 자유를 약속했다.
또 대통령 임기를 제한하지 않은 헌법과 야당 인사들의 불법 투옥을 비난했고 자메 정부가 채택한 일부 정책을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로는 지난 2013년 야당 민주연합당(UDP)에서 재정담당자로 일한 적이 있지만, 대선전까지 감비아 내에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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