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안네프랑크센터 "트럼프가 미국을 도덕의 벼랑으로 몬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미국 뉴욕에 있는 유대인 단체 '상호 존중을 위한 안네 프랑크 센터'(AFC)가 반(反) 이민자·난민 행정명령을 발동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AFC 사무국장인 스티븐 골드스타인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 있으며 미국을 도덕의 벼랑으로 몰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민의 자유 약속을 철회하고 있다"며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을 강제 수용소에 구금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래 이런 대통령을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 후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일본계 미국인 12만 명을 첩자로 간주해 서부 해안에 강제 이주시키고 이들 중 누구든 추방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을 발동했다. 이 조처로 미국에서 태어난 일본계 미국인의 반 이상이 큰 피해를 봤다.
골드스타인은 루스벨트의 차별 정책을 언급하며 "오늘날 자유의 여신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차별 정책 때문에 슬퍼한다"고 강조했다.
AFC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안네 프랑크 하우스와 제휴한 단체로 안네 프랑크의 아빠인 오토 프랑크가 1959년 설립했다.
안네 프랑크 하우스는 2차 세계 대전 때 나치 독일의 폭압을 생생하게 전한 '안네의 일기'를 쓴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를 기리고 전쟁을 반대하고자 세워진 박물관이다.
지난 20일 취임 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색깔 지우기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이민과 관련한 2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대에 장벽을 건설하는 내용의 행정명령과 불법 이민자를 보호하는 이른바 '불체자 보호도시'(sanctuary city)에 연방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이다.
뉴욕타임스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난민의 미국 이주를 막고, 난민승인프로그램을 중단해 전 세계 모든 난민의 미국 유입을 최소 120일 동안 금지하는 내용의 또 다른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세우는 장벽의 설치 비용을 멕시코에 전가하겠다고 하자 멕시코가 발끈했다. 이 때문에 31일 열릴 예정이던 양국 정상회담은 무산됐다.
불법체류자를 단속하지 않고 보호하겠다고 선언해 연방재정 지원이 끊길 처지인 미국 400곳의 지방자치단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계속 보호도시로 남겠다며 정부와 갈등을 예고했다.
골드스타인 AFC 사무국장은 앞서 미국 정보기관을 나치 독일에 비유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전 세계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약점을 러시아가 포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추정한 미국 정보기관을 나치 독일 정보기관과 비교했다가 중앙정보국(CIA)의 거센 반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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