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백업' 최주환이 등번호 바꾼 사연

입력 2017-01-28 05:56
수정 2017-01-28 09:41
'특급 백업' 최주환이 등번호 바꾼 사연

'7번'에서 '53번'으로 교체…"저도 이제 그 꼬리표 떼야죠"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50) 감독이 지난해 취재진과 대화 도중 여러 번 한 말이 있다.

"사실 최주환은 대타로 쓰기에는 아깝죠."

최주환(29)은 2006년 두산에 입단한 프로 12년 차 내야수다.

김 감독의 총애를 받았지만, 최주환은 지난해에도 백업 딱지를 떼지 못했다.

그는 주로 대타로 두산이 치른 144경기 중 85경기에 나서 타율 0.281(160타수 45안타), 2홈런, 22타점, 21득점의 성적을 남겼다.

결정적인 순간 생산성 높은 안타를 만들어내면서 '특급 백업'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1루수 오재일(31), 2루수 오재원(32), 유격수 김재호(32), 3루수 허경민(27)으로 이뤄진 두산의 탄탄한 내야는 최주환이 주전으로 발돋움할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최주환은 26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가 좀 더 잘해서 '특급 백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주 포지션은 2루수다.

최주환은 주전 2루수인 오재원에 대해 "상황 대처 움직임이 좋다"며 "나도 재원이 형의 장점을 흡수하고 싶은데 말처럼 쉽게 되지는 않는다"고 자신을 낮췄다.



그가 KBO리그 최강 팀으로 우뚝 선 두산 소속만 아니면 주전으로 분류될 거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최주환은 "그런 얘기를 들으면 내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긴다"고 했다.

"프로 무대에서 '무조건'은 없는 것 같아요. 다른 팀에 가면 내가 무조건 주전을 할 수 있을까?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그런 얘기에 힘이 나기도 하지만, 기대치에 못 미치면 욕을 먹기도 하니까요."

그는 "선수는 말은 되도록 아끼고 야구장에서 실력으로 보여드려야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최주환은 올 시즌을 앞두고 등번호를 바꿨다.

오랫동안 써온 '7번'을 버리고 이제 '53번'을 달고 뛴다.

그는 "원래 7번에 대한 애착이 강했는데, 이제 변화를 줘보는 게 어떨까 싶었다"며 "제일 잘했을 때의 두 번호를 합쳤다"고 설명했다.

상무에서 달았던 5번과 고등학교 1, 2학년 때 썼던 3번을 조합한 결과가 53번이다.

최주환은 "거의 매년 '100경기 출전, 3할대 타율'을 목표로 삼았는데 이제 말을 앞세우기보다는 실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며 "등번호도 바꿨으니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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