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눈사태 호텔, 또 다른 기적은 없었다…"사망자 29명"
마지막 실종자 시신 2구 발견하며 1주일 만에 구조작업 마무리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난 18일 연속 강진으로 유발된 눈사태에 붕괴한 이탈리아 중부 산간 지방의 호텔에서 또 다른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구조 당국은 25일 밤 이탈리아 중부 아브루초 주의 '리고피아노' 호텔의 잔햇더미 아래서 마지막 실종자였던 남녀 희생자 시신 1구씩을 발견함으로써 구조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번 눈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총 29명으로 늘었다. 눈사태 당시 호텔에 체류하던 투숙객 28명, 직원 12명 등 총 40명 가운데 11명은 목숨을 건졌다. 생존자 중 2명은 눈사태 당시 호텔 외부에 있다가 매몰을 피했고, 어린이 4명을 포함한 나머지 9명은 잔햇더미 아래 갇혀 있다가 지난 20일과 21일 사이 매몰 43∼58 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구조대는 사고 닷새 째인 지난 23일 호텔에서 강아지 3마리가 생환하자 끝까지 생존자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나 해발 1천200m 산에 위치한 호텔의 영하 추위를 고려할 때 사실상 추가 생존자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초기에 발견된 희생자 6명에 대한 부검 결과 대부분은 호텔 붕괴로 인한 물리적 충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눈사태 당시 약 6만t 규모의 눈더미가 바위, 뿌리가 뽑힌 나무 등과 함께 시속 100㎞의 속도로 덮쳐 호텔이 받는 충격이 어마어마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시신에서는 저체온증과 질식 징후가 함께 드러나 구조가 조금 더 빨리 이뤄졌다면 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추정을 낳았다.
구조 작업이 재난 1주일 만에 종료됨에 따라 늑장대응 논란을 비롯해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탈리아 검찰은 생존자 2명에 의한 최초 신고가 구조 당국에 의해 묵살된 이유와 이 일대의 폭설과 눈사태 이후 제설기 배치가 지연된 까닭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또, 1970년대에 4성급 고급 호텔로 증축된 이 호텔의 인허가 과정에서 문제점이 없는지 등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한편, 구조 당국은 리고피아노 호텔 사망자 29명 외에 지난 주 아브루초 주에 집중된 폭설과 악천후 등으로 총 1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6명은 지난 24일 일어난 구조 헬기 추락 사고 희생자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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