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 쌓인 눈도 '제주의 생명수' 지하수가 됩니다"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한라산에 큰비가 내렸다는 소식 뒤에는 어김없이 '(제주의 지하수를 뽑아 만든 먹는샘물인) 삼다수가 풍부해졌겠네' 하는 얘기가 나오곤 한다. 빗물이 스며들어 지하수로 함양됐을 것이라는 짐작을 바탕으로 하는 말이다.
한라산 고지대는 지하수의 주 함양지대로 불린다. 국내 최고 다우지로 꼽히며 여름철 많을 때는 하루에 수백㎜, 최고 1천㎜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겨울철 한라산의 아름다운 설경을 바라보며 '지하수가 풍부해지겠네'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겨울철 한라산에는 눈이 수십㎝, 많게는 1m 넘게 쌓이곤 한다. 한라산 고지대를 중심으로 쌓인 눈은 봄이 되며 서서히 녹아 일부는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된다.
제주발전연구원 정기간행물 '제주발전연구' 18호에 실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제주도 수자원 관리 방향'(고기원·박원배·문수형) 논문에도 이런 내용이 담겼다.
연구진은 "강우량 못지않게 지하수 함양량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인자 중 하나가 '적설'"이라며 "일반적으로 제주는 11월 중순부터 다음해 4∼5월까지 한라산 고지대에 눈이 쌓이는데 이 기간 많게는 1m 이상의 눈이 쌓이며 눈 녹은 물은 지하수 함양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21세기 후반기에는 제주에 겨울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돼 적설에 의한 지하수 함양은 더이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연구진은 전망했다.
'제주도 수리자료에 대한 시계열 분석 및 지하수 함양률 추정 연구'(최현미·이진용·하규철·김기표) 논문에는 "지하수 함양은 강우보다는 강설이 더 유리하다. 강설은 천천히 녹아내리며 꾸준히 함양되는데 비해 강우의 경우 한꺼번에 바다로 빠져나가거나 다른 곳으로 배출되기 쉽기 때문"이라고 기술됐다.
연구진은 "기온과 강수량이 함께 증가한다면 강설은 감소하고 강우가 증가할 것이며, 이에 따라 대수층까지 도달하지 못한 채 빠져나가는 양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라산 유역의 적설에 따른 지하수 함양 특성'(고병련·박노삼·최윤영)이라는 논문에는 한라산 유역에서 적설이 지하수 함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연구진은 조사기간인 2003년 12월∼2004년 2월 한라산 적설이 지하수 함양에 영향을 미친 부분은 3천186만t 정도로 분석했다.
고병련 제주국제대 교수는 "연구기간이 짧았고 정밀히 측정한 것은 아니지만, 연구를 통해 한라산 누적 적설이 지하수 함양에 미치는 영향을 부분을 광역상수도 원수 가격을 바탕으로 금액으로 환산해보니 10억원 정도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적설이 지하수 함양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적설이 강우보다 지하수 함양에 더 많은 도움을 준다고 단순히 잘라 말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고 교수는 "연구 당시 '눈이 녹아 전량 땅속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가정과 달리 증발량이 꽤 있었고, 한라산 토양의 수분 상태 등 상황에 따라 지하수 함양에 도움이 되는 정도가 다르다"며 이 부분을 정확히 분석하려면 연구가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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