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시리아에 쿠르드계 자치지역 허용" 제안…터키는 부인(종합)
러 언론 "반군에 헌법초안 전달"…"대통령 임기는 7년 단임 조언"
터키관리 "헌법초안 작성은 과도정부 역할"…반군 "러 제안 거부"
(모스크바·이스탄불=연합뉴스) 유철종 하채림 특파원 = 러시아가 내전 종식 후 마련될 시리아 국가·정치 체제와 관련 시리아에 쿠르드족 자치지역 창설을 허용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측은 즉각 이를 부인했으며, 반군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25일(현지시간) 시리아 반군 소식통을 인용해 앞서 23∼24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시리아 평화회담 뒤 러시아 대표단이 반군 대표단에 전달한 시리아 헌법초안에 이 같은 제안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아스타나 회담에 온 반군 측에 러시아 전문가들이 마련한 시리아 헌법 초안을 전달했다고 앞서 밝혔다.
소식통은 "러시아는 헌법안에서 시리아를 통합 국가로 유지하되 시리아 영토에 쿠르드족 자치지역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는 또 다른 시리아 내 소수 민족에 대해서도 자체 언어를 지역 언어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제안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시리아 북부에 주로 분포한 쿠르드족 반군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의 지상군 주력이다.
다마스쿠스와 알레포에 집중한 시리아정부는 시리아 북부에서 군대를 철수, 쿠르드계의 활동을 사실상 용인했다.
또 쿠르드계가 공동의 적인 IS를 상대로 싸우고, 반군을 편든 터키와도 적대적 사이이기에 시리아정부와 쿠르드계는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했다.
러시아는 또 시리아 헌법안에서 대통령의 임기를 현재처럼 7년으로 하되 연임 대신 단임으로 제한하고, 의회는 단원제 대신 양원제를 채택할 것을 조언했다.
또 대통령이 반드시 무슬림이어야 한다는 규정도 삭제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는 헌법초안이 반군에 전달됐다는 보도를 부인했다고 터키 언론이 26일 전했다.
익명의 터키 고위관리는 이날 일간지 휘리예트에 "유엔 결의에 담긴 시리아 평화 로드맵에 따르면 시리아 헌법초안 작성은 과도정부와 공동위원회의 역할"이라면서 "따라서 반군에 헌법초안이 전달된 게 아니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반응은 터키가 쿠르드계 독립을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스타나 회담에 반군 측에서 참여한 야히아 알아리디는 "시리아헌법은 시리아인이 써야 한다고 러시아에 말했다"고 밝혀, 거부 의사를 나타내면서도 러시아로부터 헌법초안이 전달된 사실을 시인했다.
시리아 쿠르드계는 터키의 요구로 시리아 휴전합의와 평화회담에서 모두 배제됐으나, 이번 헌법초안 논란에서도 알 수 있듯 시리아 협상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미국은 시리아정부와 반군 간 평화협상이 실패할 경우 시리아를 3개 지역으로 분할·독립시키는 방안을 마련하면서 쿠르드족의 독립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플랜B'는 반군이 점령한 시리아 북동부와 이라크 서부를 묶어 수니파 국가인 '수니스탄'을 세우고, 역시 양국에 걸쳐 있는 쿠르드족 통제 지역을 '쿠르디스탄'으로 독립시키면서 시아파인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부가 통제하는 지으로부터 분리해 시리아를 3개의 국가로 분할하는 방안을 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의 계획은 시리아군이 러시아의 적극적 지원에 힘입어 내전에 승기를 잡으며 폐기됐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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