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알고 보니 영화계의 은근한 '큰손'
지난해 한국영화 21편에 모두 100억 투자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터널' 등 지난해 여름 우리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영화에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기업은행[024110]이 투자했던 영화라는 점이다.
눈썰미가 좋은 관객이라면 영화 오프닝 크레디트에 기업은행이라는 이름을 심심치 않게 발견했을 것이다. 지난해 상영된 한국영화 중 21편에 모두 100억원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국내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문화콘텐츠 전담 부서인 '문화콘텐츠금융부'를 신설해 영화에 꾸준히 투자해오고 있다.
문화콘텐츠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부가가치나 성장성이 높고 고용창출 효과도 뛰어나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중 상대적으로 산업화를 이루고 투명성이 확보된 영화에 2013년부터 투자해오고 있다. 연간 투자하는 영화 편수는 평균 20여편에 달한다.
지난해 기업은행의 투자목록을 보면 화려하다. 이른바 '대박'이 난 영화에 모두 기업은행이 직·간접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설 연휴 관객을 싹쓸이 한 '검사외전'(971만명), 여름 극장가에서 흥행 릴레이를 이어간 '부산행'(1천157만명), '인천상륙작전'(705만명), '터널'(712만명), 추석 연휴에 관객몰이에 나선 '밀정'(750만명), 비수기에 흥행몰이에 성공한 '럭키'(698만명) 등이 기업은행의 투자 성공작이다.
기업은행은 구체적인 작품명과 수익률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작품에서는 200% 이상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당장 '인천상륙작전'을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제작비 170억원이 투입된 이 영화에 기업은행은 29억9천만원을 투자했다. 기업은행이 지난해 단일 영화에 투자한 금액 중 가장 컸다.
'인천상륙작전'이 극장 상영으로 올린 매출만 551억원. 이중 극장에 떼주고 투자·배급사에 돌아가는 몫은 303억원이다. 주문형비디오(VOD) 등 부가판권까지 감안하면 투자비만큼 이익을 거뒀을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블록버스터급 영화에만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심은진 주연의 '걷기왕', '널 기다리며', 김혜수·마동석 주연의 '굿바이 싱글', 귀신을 불러내어 숨바꼭질한다는 '혼숨' 영상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 '혼숨' 등 작은 영화에도 투자의 손길을 뻗쳤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일단 투자여서 흥행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중소제작사가 만드는 우량 콘텐츠를 주된 투자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연초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문화콘텐츠금융부를 투자금융부에 편입시켜 투자의 실행력을 강화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업체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투자도 다양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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