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유충 '구더기'가 식량난·환경오염 동시해결 구세주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불결하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구더기가 인류를 식량난에서 구해줄 날이 올지 모른다.
양돈장 등에서 나오는 처치 곤란한 동물 배설물을 분해해 비료로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양식 물고기의 훌륭한 먹이도 돼 식량 부족과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줄 '구세주'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양식 물고기의 사료로 이용되는 어분(魚紛) 소비량도 줄일 수 있어 일거다득의 효과가 기대된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일본 에히메(愛媛)대학 난요(南豫) 수산연구센터의 미우라 다케시 교수(54)는 최근 집파리의 유충인 구더기가 양식 물고기 사료로 효용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현장 실험에서 확인했다.
2008년께부터 곤충의 물고기 사료 활용방안을 연구해온 미우라 교수는 2014년부터 가고시마(鹿兒島) 현에 있는 한 양돈장에 파리양식 시설을 해놓고 민간과 공동연구를 해오고 있다.
연구소가 있는 난요지방에는 참돔과 방어양식장이 많다. "사료용 어분값이 올라 고민"이라는 양식업자의 말을 들은 게 계기가 됐다. 양식 물고기를 1㎏ 살찌우는 데는 4~5㎏의 어분이 필요하다.
어분은 페루 앞바다에서 잡는 멸치가 주원료지만 세계적인 어족자원 고갈과 기후변화로 어획량이 줄어 2012년 ㎏당 100엔 전후이던 어분값이 2014년 285엔으로 3배 가까이 올랐다. 식량 부족이 화두인 시대에 멸치를 대량으로 사료로 쓰는 양식 방법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어분을 대신할 양질의 동물 단백질을 생각한 끝에 떠올린 게 단기간에 대량으로 증식할 수 있는 집파리였다. 연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파리가 다른 곤충보다 환경 면에서 우수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양돈장에서 나오는 배설물 10㎏을 이용해 파리를 양식하면 파리 유충이 배설물을 먹고 분해해 1㎏의 파리와 3㎏의 비료가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돼지 배설물을 버릴게 하나도 없이 100% 재활용하기 때문에 양돈장 배설물 처리비도 들지 않는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다.
가고시마와 미야기(宮城) 현 2곳의 양돈장에서 나오는 돼지 배설물을 모두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일본 전국에서 연간 유통되는 어분의 30%를 대체할 수 있는 구더기를 양식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더욱이 물고기가 어분보다 구더기를 더 잘 먹기 때문에 성장이 빠르고 물고기의 면역력을 높이는 물질이 구더기에 함유돼 있어 병에 잘 걸리지 않는 사실도 확인했다. 양식 돔과 방어에게 먹였더니 몸체 색과 윤기도 자연산에 더 가까워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소비자나 생산자가 구더기에 대해 갖는 불결하다는 이미지다. 파리의 유충인 구더기는 낚시용 미끼로 사용되지만, 일반적으로 더럽다는 인상이 강하다.
미우라 교수는 "파리 유충을 이용하면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식료생산이 가능하다"면서 "어분 대신 파리 유충을 이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선 만큼 몇 년 내로 구더기 양식기술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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