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엇갈린 삼성ㆍLG 전자부품 계열사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지난해 4분기 영업실적에서 전자업계 맞수인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에 각각 부품을 공급하는 전자 계열사들의 성적이 엇갈렸다.
삼성전자-LG전자의 대결에선 갤럭시노트7의 단종 사태 속에도 역대 최대급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가 웃었지만, 전자부품 계열사들의 성적표에선 LG가 판정승을 거뒀다.
2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4분기 9조2천2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사상 최고치였던 2013년 3분기(10조1천600억원)와 같은 해 2분기(9조5천300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규모다.
지난해 10월 발화 사고가 잇따른 갤럭시노트7을 단종시키면서 주력 스마트폰 제품의 부재 속에 거둔 결과란 점에서 더 놀라운 성적표다.
반면 LG전자는 스마트폰의 부진에 발목을 잡혔다. 기대작 G5의 부진에 신작 V20 마케팅 투자, 사업구조 개선 활동 비용 등으로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에서 4천670억원 적자를 내면서 회사 전체로 352억원의 적자를 봤다.
TV·오디오를 총괄하는 HE사업본부와 가전제품 담당인 H&A사업본부가 각각 1천640억원, 1천501억원을 벌어들였지만 이를 모두 까먹은 것이다.
하지만 동생들의 성적표는 정반대다.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이 된 배터리를 공급한 삼성SDI[006400]는 지난해 9천263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유휴 인력 감축을 위한 명예퇴직 등 사업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이 대거 반영되면서 1분기에만 7천38억원의 적자를 낸 영향이 컸다.
삼성SDI 관계자는 "갤럭시S8에 주력 배터리 공급사로 진입하는 등 영업적자의 한 축이었던 폴리머 배터리 사업이 회복하고 중국의 규제 리스크가 해소되면 올해 적자 늪에서 탈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009150]도 마찬가지다.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충격과 연초부터 진행된 구조조정 비용이 반영되면서 9분기 만에 영업적자(465억원)를 냈다.
형님인 삼성전자는 펄펄 나는 사이 동생들은 부진의 늪에 빠진 셈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지분 84.8%를 갖고 있는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4분기 1조3천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은 삼성전자 실적에 포함돼 발표됐다.
LG 쪽 사정은 정반대다. 대형 UHD(초고화질) 패널 등 차별화된 제품을 앞세운 LG디스플레이[034220]는 작년 4분기 전년과 견줘 1천392% 증가한 9천4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LG이노텍[011070]도 4분기 사상 최대 실적인 1천178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새로 출시한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이 애플 등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덕분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차기작 스마트폰을 승부수로 여기고 전력투구하고 있는 만큼, 올해 영업실적에 그 결과가 어떻게 반영될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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