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라"…마산 골리앗 크레인 결국 헐값에 해외로

입력 2017-01-26 11:31
수정 2017-01-26 14:53
"잘 가라"…마산 골리앗 크레인 결국 헐값에 해외로

국내서 주인 못찾고 루마니아까지 1만4천㎞ 운송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목적지까지 무사히 잘 운송하겠습니다"

26일 오전 8시 경남 창원시 마산항 4부두.



CJ대한통운 중량물 영업팀 직원 10여명이 부두를 떠나는 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 배에는 루마니아 한 조선소에 팔린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700t을 들어올릴 수 있는 골리앗 크레인이 분해된 채 실려있었다.

이 크레인은 전체 무게가 3천200t에 달한다.

CJ대한통운 중량물 영업팀 직원은 "지금까지 마산항에서 나가는 크레인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고 말했다.

이 배는 38일동안 싱가포르, 수에즈 운하, 보스포루스 해협을 거쳐 흑해에 접한 항구도시인 루마니아 툴체아(Tulcea)에 있는 조선소까지 골리앗 크레인을 운반한다.

마산항에서 툴체아까지 뱃길로 1만4천400여㎞(9천 마일).

공교롭게도 툴체아 역시 한국 조선산업과 관련이 있는 도시다.

STX그룹의 유럽 계열사 중 하나였던 STX OSV 소유 조선소가 있던 항구도시다.

STX그룹이 공중분해되면서 툴체아 조선소는 2012년 말 이탈리아 조선사 핀칸티에리에 넘어갔다.

한국에서 주인을 찾지 못한 골리앗 크레인이 한국 기업이 한때 주인이었던 조선소로 팔린 셈이다.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골리앗 크레인은 2008~2009년 사이 설치됐다.



당시는 조선산업 절정기였다.

선박 발주가 폭증해 조선소마다 몇 년 치씩 일감을 쌓아놓고 있었다.

수요는 많은데 배를 지을 조선소는 한정돼 있다 보니 선박 건조 가격도 치솟았다.

선박 블록이나 조선기자재를 만들던 회사들도 너도나도 신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성동산업 역시 군함 등 특수선을 만들던 한진중공업 마산조선소 부지를 사들여 골리앗 크레인을 세우는 등 야드를 새롭게 만들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던 조선호황은 이듬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선박 발주가 거짓말처럼 끊기더니 배 값도 추락했다.



그 사이 국내 '빅3'를 제외한 후발주자 신생 조선소들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역시 유동성 위기를 넘지 못했다.

결국 신규 선박을 한척도 건조하지도 못하고 경매에 넘어가면서 회사는 청산됐다.

성동산업이 250억원을 들여 만든 골리앗 크레인 역시 새 배를 만드는데 쓰이지 못했다.

조선소 터는 조각조각 잘려 팔렸고 골리앗 크레인 역시 설치한 지 10년도 안 돼 해체되는 운명을 맞았다.

조선불황에 국내에서는 사겠다는 조선소가 없어 결국 헐값에 외국에 매각됐다.



법원경매에서 감정가가 190억원이 나온 이 크레인은 루마니아 조선소가 해체·운송·재설치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형태로 감정가보다 훨씬 싸게 팔렸다.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한 골리앗 크레인 해체에만 석달이 걸렸다.

해체 전문업체가 높이 105m, 무게 3천200t짜리 쇳덩어로 된 크레인을 6개 부분으로 분해하는 작업은 이달 중순 끝났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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