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기전에 서둘러 떠납니다"…오전부터 서울역 등 귀성인파

입력 2017-01-26 10:29
수정 2017-01-26 11:18
"눈 내리기전에 서둘러 떠납니다"…오전부터 서울역 등 귀성인파

고속道 일부구간 정체 시작…퇴근시간대 절정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조금이라도 일찍 출발해야죠. 귀성길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면요."

설 연휴 전날인 26일 서울역과 버스터미널, 공항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고향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길을 떠나는 귀성 행렬이 오전부터 시작됐다.

서울역은 이른 아침부터 적지 않은 귀성 인파가 몰려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아직 한파가 채 가시기 전이라 두툼한 패딩을 입고 모자를 쓴 귀성객들이 두 손에 여행용 짐가방과 선물세트를 들고 열차를 기다렸다.

열차를 놓칠세라 아이 손을 붙잡고 바삐 뛰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군인과 외국인들도 지방행 열차표를 구하려고 매표소 앞에 줄을 늘어섰다.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열차표는 대부분 매진됐다. 특히 동대구, 대전, 울산, 대구행은 오후 8시 이후 출발하는 열차의 입석까지 모조리 매진됐다.

3주 전 설 열차 예매 기간에 표를 구했다는 직장인 김종태(30·인천)씨는 "조금이라도 일찍 내려가려고 오늘 하루 휴가를 냈다"면서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여수에 내려가 30일까지 머물 예정"이라며 밝게 웃었다.

어렵게 표를 구한 노력이 무색하게 열차를 놓친 사람도 있었다.

이종만(30)씨는 "인천에서 왔는데 차가 너무 막혀서 너무 늦게 서울역에 도착했다. 취소된 차표가 없는지 알아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민주노총과 정의당 등은 '최저임금 1만원'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일회용 밴드(반창고)를 나눠주며 귀성객들을 상대로 선전전을 벌였다.

서초구 반포동 서울고속터미널은 아직 인파가 심하게 몰리지는 않고 있다. 경부선·영동선 대합실은 듬성듬성 비어 있고, 매표소는 대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줄이 짧았다. 호남선 귀성객은 많지만, 대기석과 식당이 꽉 찰 정도는 아니다.

좌석표도 현장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이날 오전 8시 50분 출발하는 부산행 버스에는 자리가 남아 버스 운전사가 "빨리 내려가실 분"을 찾았다.

오전 9시 15분 출발하는 광주행 버스에도 빈자리가 3석가량 남아 현장에서 표를 살 수 있었다.

가족 단위보다는 홀로 고향을 향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회사에서 설을 맞아 나눠준 햄 선물세트를 바리바리 싸들고 가는 직장인부터 가방을 책으로 가득 채운 공무원 시험 준비생도 있었다. 반려견을 맡길 데가 없어 직접 데리고 가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경남 김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직장인 최모(32)씨는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차도 막힐 것 같고, 예매 전쟁에 지쳐서 하루 연차를 내고 일찍 내려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남 여수가 고향이라는 박모(34)씨는 "집에 가면 친적들이 결혼은 언제 하느냐고 타박할 텐데 고향 가는 길까지 차가 막혀서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아서 하루빨리 내려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오전 10시15분 현재 전국 고속도로는 경부선 천안나들목→천안분기점 등 상습 정체구간 중심으로 일부 막히는 모습이다. 정체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져 퇴근 후 귀성객이 몰리기 시작하는 오후 6∼7시께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오전 11시 승용차 기준으로 주요 도시 간 예상 소요시간은 서울→대전 2시간50분, 서울→강릉 2시간50분, 서울→광주 4시간50분, 서울→목포 4시간50분, 서울→대구 5시간10분, 서울→부산 5시간50분, 서울→울산 6시간8분이다.

용케 항공편을 구해 빠르고 편안하게 귀성하는 이들로 공항도 붐비고 있다.

김포공항 국내선 출발장에는 여행용 가방과 함께 한우나 햄 선물세트 등을 들고 바삐 걸음을 옮기는 귀성객들이 눈에 띄었다.

'행복한 여행을 기원합니다'는 어깨띠를 둘러매고 탑승 수속을 받는 승객들에게 미니 한과를 나눠주는 항공사도 있었다. 명절 분위기에 맞춰 한복을 입은 직원이 안내하는 항공사도 곳곳에 보였다.

대체휴일을 포함해 나흘간 이어지는 연휴에 여행을 떠나는 가족도 많았다. 항공권을 손에 쥔 채 부모에게 "비행기에서 자리 바꿔도 돼요?", "얼마나 오래 타요?"라고 묻는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아들·딸 가족과 함께 총 15명 대식구가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다는 김재관(77)씨는 "제사 대신 2박 3일 동안 제주도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가족끼리 오붓하게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북적이는 국내선과 달리 국제선 출발장은 다소 한산한 편이었다. 오전 9시께 출발장에는 100여명의 여행객이 조용히 탑승 수속을 기다렸다. 출국 수속을 기다리는 대기줄은 없었다.

대만에 사는 딸을 만나러 간다는 이순자(70)씨는 "명절이니 외국에 사는 딸 얼굴도 보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관광도 할 겸 손자와 손녀까지 총 6명이 아침 일찍 나섰다"고 말했다.

최윤지(11) 양은 할머니 손을 꼭 잡은 채 "사촌 언니, 동생이 대만에 있어 그동안 자주 못 봤는데 도착하면 내내 붙어서 놀 것"이라면서 "빨리 가고 싶다"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수요조사에 따르면 설 연휴(26∼30일) 전국 예상 이동 인원은 3천115만명이다. 하루 평균 623만명으로, 총인원은 작년 설(2천981만명)보다 4.5%(134만명), 일평균은 평상시(348만명)보다 79%(275만명) 많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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