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대세론 넘지 못한 박원순…"정치를 잘 몰랐다"(종합)

입력 2017-01-26 11:45
수정 2017-01-26 11:48
탄핵정국 대세론 넘지 못한 박원순…"정치를 잘 몰랐다"(종합)

최장수 서울시장 기록 세웠지만 약한 정치기반에 발목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김동규 이태수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지지율 1위 대권주자였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탄핵 촛불정국에서 대세론을 넘지 못하고 결국 뜻을 접었다.

박 시장은 25일 더불어민주당 경선 룰이 확정된 뒤 최종 불출마 결정을 내렸고 26일 국회에서 이를 공식 발표했다.

불출마 선언 후 서울시청으로 돌아온 박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개인 준비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고 사실 서울시장을 어렵지 않게 됐기 때문에 정치라는 것을 잘 몰랐던 것 같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몇달간 너무 긴 여행을 한 것 같다"며 "설 연휴에 쉬며 그런 부분과 그동안 확인한 민심을 성찰하고 새로운 시작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6월 말 임기 만료 후 서울시장 3선 도전을 두고는 "함부로 얘기하면 안된다"고 했다.

박 시장은 "민주당원으로서 정권교체를 위해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국민 요구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전날 낮까지만 해도 청년 기본 소득 월 30만원 공약을 발표했다. 다음 달 5일 광화문에서 출마선언을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한 측근은 "어제 밤 늦게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세론이 더욱 굳어지고 박 시장 지지율은 답보하는 상황에 불출마 카드는 늘 마음 한 켠에 있었다.

특히 최근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를 향해 각을 세운 전략이 역효과를 내며 주변에서조차 이러다가 박 시장이 살아온 인생 궤적마저 훼손되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도 어려워지겠다는 우려가 나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박 시장 등 다른 후보가 노력한다고 해서 달라질 수 있는 판이 아니라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박 시장 측 한 관계자는 "박 시장을 돕는 사람들은 실망하고 속상해하지만, 박 시장은 주변을 힘들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대선 일정이 예정대로 흘러갔다면 가능성이 지금보다는 컸을 것이라며 아쉬움도 내비치고 있다.

지금은 후보 개개인을 따져볼 만한 시간 여유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박 시장은 많은 사안에 자신의 철학과 구체적 해법을 갖고 있고, 우리 사회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왔는데 이런 장점은 다소 긴 시간 깊이 있게 얘기를 나눠봐야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에서 혁신을 아무리 설명해봐야 귀에 들어가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2011년 보선으로 서울시장에 취임한 박 시장은 재선을 거쳐 최장수 시장 기록을 세우고 자연스레 늘 대권 후보로 거론됐다.

박 시장은 혼자 배낭 메고 유세 다니는 방식으로 무난히 재선에도 성공했지만, 실제로는 정치 기반이 탄탄하지 않았고 이는 대선 국면에서 치명적 약점으로 드러났다.

시민사회 출신으로서 정치 문법에 익숙하지 않고 여의도에 '박원순 사람'이 많지 않은 문제는 이미 지난해 4.13 총선 공천 결과로도 확인됐다.

박 시장은 탄핵 정국에 본격 들어서기 전까지는 대선 출마를 묻는 질문에 늘 시대의 부름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답해왔다.

최근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을 두고 언제든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답은 해 왔지만 결국 국민 마음을 얻지 못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박 시장 불출마 소식에 이른 아침부터 서울시 공무원들은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한 직원은 "전날까지만 해도 6층(시장실)에서는 경선 통과를 기대한다고 들었는데 모두가 '멘붕'이다"라며 "우리가 이 정도니 간부들은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아침 뉴스를 보고 직원들끼리 정말 불출마하는지 얘기하는 중"이라며 "갑작스러운 불출마에 황망한 느낌이며 이런 상황에 박 시장이 서울시장 3선 도전이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서울시 혁신과 협치 시정은 새로운 대한민국의 밑거름이 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점이 있다면 미안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함께 해주고 응원해줘서 고맙다"고 덧붙였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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