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없는 TPP는 의미 없다"…협상 참여국 'TPP 구하기' 먹구름

입력 2017-01-26 09:37
수정 2017-01-26 09:46
"미국 없는 TPP는 의미 없다"…협상 참여국 'TPP 구하기' 먹구름

캐나다, TPP 지속 가능성에 '찬물'…일본, 현실적 대응 움직임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다자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미국의 탈퇴 선언으로 갈림길에 선 가운데 호주와 뉴질랜드가 주도하는 'TPP 살리기'에 짙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취임 3일 만에 TPP 탈퇴를 강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공에 캐나다와 일본 등이 "미국 없는 TPP는 의미가 없다"며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다른 나라들의 호응도 약한 까닭이다.

캐나다의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외교장관은 미국 없이는 TPP를 계속 진척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해 TPP 구하기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었다.

프리랜드 장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이 협정은 미국이 비준국으로 참여한 가운데 시행되도록 마련됐다"며 "TPP는 한 당사자인 미국 없이는 실현될 수 없는 협정"이라고 말했다.



일본도 미국과 계속 협의해 TPP의 취지를 살려 나가겠다고 하면서도 현실적인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가 단순히 수사가 아닌 강한 실천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1980년대 '일본 때리기"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자동차 무역을 "불공평하다"고 직접 거론하자 현재의 TPP 대책본부를 TPP 협상 외에 대미협상, 유럽연합(EU)과의 경제 협정 등 대외무역협상 전반을 총괄하는 범부처 조직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관방부 부장관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TPP는 미국 없이는 혜택과 관련한 기본적인 균형이 사라지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일본은 또 TPP에 미국 대신 중국을 끌어들인다는 구상과 관련해서도 자칫 중국의 영향력을 높여줄 수 있고 지적 재산권 등의 분야에서 글로벌 무역 규정을 희석할 수 있다며 냉담한 반응이다.

뉴질랜드와 칠레 등과 함께 TPP의 싹을 틔운 싱가포르도 미국이 TPP를 떠나겠다고 선언한 만큼 다른 협정을 좇는 쪽으로 나아갈 방침이다.

싱가포르 무역산업부 대변인은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처럼 TPP와 유사한 협정들이 있다며 이런 뜻을 밝혔다.

TPP 회원국은 아니지만, 호주가 합류를 기대한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국 인도네시아도 TPP보다는 미국과의 양자 무역협정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멕시코와 칠레도 이미 양자협정이나 새로운 지역협정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TPP 주요 회원국의 회의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호주 내에서도 정부 의지와 달리 TPP의 존립을 의문시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호주 주요 야당인 노동당의 빌 쇼튼 대표는 25일 일본이 미국 없는 TPP에 회의적으로 돌아섰다고 강조하고 정부가 TPP에 관해 이성을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쇼튼 대표는 맬컴 턴불 총리를 향해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상아탑에서 나와 호주 국민에게 일자리 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며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 TPP는 사망했다는 게 진실"이라고 말했다.

주중 호주대사를 지낸 제프 라비도 호주 ABC 방송에 중국이 TPP에 합류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며 호주 정부가 매달리고 있는 '중국 카드'에 일침을 놓았다.

라비 전 대사는 중국은 자신들이 창립회원이 아닌 무역협정들에 참여를 주저하면서 RCEP 강화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빠지기로 한 TPP에는 현재 캐나다, 멕시코, 칠레, 페루,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 등 11개국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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