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트럼프, '살계경후' 위협전술 동원 가능성"

입력 2017-01-27 05:05
수정 2017-01-27 09:19
송민순 "트럼프, '살계경후' 위협전술 동원 가능성"

'닭을 죽여 원숭이 겁주기'…"국론 수렴한 정부입장 수립 최우선"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 출범과 관련 "일본이나 독일보다 안보에 민감한 한국을 표본으로 삼아 살계경후 (殺鷄儆<개사슴록변에 候>ㆍ원숭이 앞에서 닭을 죽여 겁을 준다) 전술을 동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송 전 장관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홈페이지에 게재한 현안진단 보고서에서 "트럼프는 대외 협상의 성과를 조기에 보여주고자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방위비 분담금, 무기 구매 등의 이슈에서 한국을 상대로 초기부터 강력한 압박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취지의 분석이다.

송 전 장관은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는 일자리 창출 다음으로 이슬람 테러 근절, 중러 밀착의 이완, 해외 미군 비용 감축에 집중할 것"이라며 "목표를 단기에 달성하고자 소위 '위협을 통한 승리'(Winning through Intimidation) 책략을 서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전 장관은 "트럼프 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무역, 방위비, 무기구매와 같은 양자문제와 핵·미사일을 둘러싼 대북정책으로 양갈래질 것"이라며 "한국은 다른 나라와 균형을 맞추면서 각박한 협상을 전개해야 하지만 자기 군을 작전통제하는 미국을 상대로 철저히 교섭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있어서는 "2018년 중간 선거와 2020년 재선을 위한 대차대조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때 비로소 (대북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고 봤다.

송 전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어느 때보다 거칠고 불안한 출발을 예고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미국과 경험해온 사례에 얽매이면 안 된다. 아무도 잘 모르는 미국이 다가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나 차기 정부는 트럼프의 초기 발걸음에 맞춰 덩달아 움직이면 안 된다. 1~2년 후 정책 방향이 지금과 다를 수 있다"며 아울러 "국론을 수렴한 입장 수립에 최우선을 두어야 한다. 국내 지지가 단단해야 트럼프나 시진핑의 기세와 위압을 버틸 수 있다"고 강조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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