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전설' 박찬숙 무고한 체육단체 대표 '징역형'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한국 여자농구의 전설 박찬숙(58)씨가 체육대회 운영자금을 가로챘다고 허위 고발한 체육 단체 대표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김춘호 판사는 박씨를 무고한 혐의로 기소된 한국체육진흥원 한모(57) 대표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한국여성스포츠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체육진흥원에서 농구클럽을 운영하던 박씨는 2014년 5월 한씨에게 여성스포츠회가 개최하는 전국여성체육대회 자금 집행 업무를 맡겼다.
박씨는 "대회 자금을 유치해 올 테니 이를 잘 운영해 남는 자금을 여성스포츠회 사무실 운영경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한씨에게 부탁했다.
부탁을 받은 한씨는 체육진흥원에서 회계 업무를 하던 직원 A씨에게 여성스포츠회 회계 업무도 맡도록 했다.
그러고는 전국여성체육대회 자금을 집행할 때 거래명세서를 이중으로 작성, 차액 일부를 체육진흥원 비자금으로 조성토록 지시했다. 박씨는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이후 박씨는 농구클럽을 여성스포츠회 밑으로 옮기려고 클럽 회원들에게 회비를 체육진흥원이 아닌 여성스포츠회 계좌로 입금토록 안내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박씨 이름을 내세운 농구클럽 회비는 체육진흥원의 유일한 수입원이었다. 한씨는 관계가 틀어지자 2015년 9월 서울남부지검에 박씨를 고소했다.
한씨는 "박씨가 전국여성체육대회를 개최하면서 거래명세서를 이중으로 작성해 거래처에 실제 지급한 금액보다 부풀린 금액을 결재 처리하는 방법으로 대회 운영자금을 편취했다"고 고소장에 썼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박씨가 아닌 한씨 자신이 대회 자금을 비자금으로 조성해왔다는 사실이 금세 드러났고 박씨는 누명을 벗었다.
김 판사는 "범행의 경위와 범죄 전력, 범행 후의 정황 등을 고려해 한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한다"면서도 "향후 한씨와 피해자인 박씨 사이에 관계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을 감안해 법정구속은 자제한다"고 판시했다.
박씨는 1970∼80년대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센터로 활약하며 1979년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준우승과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은메달 획득에 크게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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