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서 살해된 伊청년 실종 1주년…伊총리 "진실규명에 최선"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작년 2월 이집트에서 고문 당한 흔적이 남아있는 변사체로 발견된 이탈리아 청년이 실종 1주년을 맞았으나 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은 여전히 완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줄리오 레제니가 실종된 지 1년째 되는 25일 그의 부모인 클라우디오 레제니 파올라 레제니를 만나 위로를 전하고, 그의 사망을 둘러싼 진실 규명에 정부가 최선을 다할 것임을 재차 약속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28세의 청년 레제니는 이집트 노동조합과 노동운동 연구를 위해 이집트에 거주하던 중 이집트 시민혁명 발발 5주년인 작년 1월 25일 실종됐다가 9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탈리아에서의 부검 결과 레제니는 손톱이 빠지고, 뼈가 부러지는 등 죽기 전 심하게 고문을 당한 것으로 나타나며 이집트 정보 기관에 의한 고문 의혹이 제기됐다.
이탈리아는 레제니가 이집트 당국이 껄끄러워하는 노동운동 등을 연구해온 데다 이집트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언론에 기고해온 점을 들어 그의 석연치 않은 죽음의 배후에 이집트 보안 당국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집트 정부가 이를 부인하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자 이탈리아와 이집트 관계는 냉각됐고, 이탈리아는 진상 규명에 진척이 없자 카이로 주재 이탈리아 대사를 소환한 뒤 아직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 23일 이집트 방송사 '사다 엘 발라드'가 레제니가 죽기 전 카이로의 노점상 연합 대표인 모하메드 압달라흐와 대화하는 장면을 담고 있는 동영상을 공개한 것에 대해 이탈리아 언론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레제니 사건과 관련, 이집트 경찰과 경보 기관에 소속된 7명에게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이로 노점상 연합 대표 압달라흐를 정보원으로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사건 직후 외국인을 노린 전문 범죄단 단원들을 사살한 뒤 레제니가 이들에 의해 우발적으로 살해당했다고 주장한 장본인이다.
이집트 정부는 당시 레제니의 신분증과 소지품이 사살된 갱단의 가족 집에서 발견됐다며, 이들이 레제니 사망 사건의 책임이 있다고 이야기했으나 이탈리아 정부는 이를 거짓으로 일축하며 수용하지 않았다.
한편, 이집트 TV가 방영한 레제니 동영상은 압달라흐가 셔츠 버튼으로 위장한 경찰의 초소형 카메라로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레제니가 죽기 전 이집트의 노조 현황과 관련한 논의를 위해 빈번하게 접촉한 압달라흐는 "레제니가 이집트 체제에 민감한 질문을 하는 것에 비춰 그를 스파이로 확신했다"며 몰래 동영상을 찍고, 이를 경찰에 넘긴 것은 애국심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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