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혼자 TV 드라마 찍을 날 머지않아"
IBM 왓슨, 이미 공포영화 예고편 제작…"미디어 제작에 유용"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머지않아 인공지능(AI)이 사람의 도움 없이 극본을 쓰고 영상 재료를 수집·편집해 영화나 TV 드라마를 혼자 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영수 선임연구원과 정원식·허남호 책임연구원은 28일 'AI를 활용한 미디어 제작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시청자들이 좋아할 수 있는 미디어를 AI가 직접 만드는 날도 머지않아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AI가 극본을 쓰고, 영상을 획득하고, 이를 극본에 맞게 배치하는 작업이 점차 고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원들은 극본 집필에 관해 "AI가 유명 작가들의 극본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찾게 될 것"이라며 "우선은 극본이 필요 없는 다큐멘터리 등이 AI에 적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영상 획득에 관해선 "처음에는 유튜브 같은 곳에서 목적에 맞는 것을 찾고, 이를 재구성하는 방법이 사용될 것"이라며 "영상은 다차원 형태의 데이터이기 때문에 인식과 분류에 복잡한 연산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알파고의 예를 볼 때 AI의 영상 인식, 분류, 추론 알고리즘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 머지않아 사람이 하는 것만큼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원들은 다음 단계인 영상 편집에 대해 "AI가 사람이 좋아하는 영상 문법을 학습하고, 어떤 영상의 조합이 그 문법에 가장 부합하는지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8월 미국 IBM의 AI 플랫폼 '왓슨'이 20세기폭스사 영화 '모건'(Morgan)의 예고편을 제작한 실사례를 언급했다. 이는 AI가 만든 세계 최초의 영화 예고편이다.
왓슨은 약 100여편의 공포영화 예고편을 학습한 다음 영화 '모건'에서 가장 긴장감을 자아낼 수 있는 10여개 장면을 선택하고, 이를 이어붙여 불과 24시간 만에 새 예고편을 만들어냈다.
연구원들은 "앞으로 AI가 복잡하고 어려운 미디어 제작 분야에서도 유용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사람과 유사하거나 더 나은 미디어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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