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정은 정권 오래가지 못할 것"
국내 주재 외신과 첫 회견…"다른 외교관들은 아이들이 인질"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25일 북한 김정은 정권의 앞날이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서울에서 열린 외신 기자회견에서 "전통적인 북한 체제의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지난해 7월 영국에서 탈출해 귀순한 태 전 공사가 국내 주재 외신 기자들과 공식 회견한 것은 처음이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내리막길에 접어든 이후로 그의 많은 동료들도 (자신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은 운 좋게 두 아들을 데리고 올 수 있었지만, 다른 북한 외교관들은 아이들이 '인질'로 잡혀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자신 외에도 많은 북한 외교관들이 유럽에서 한국으로 귀순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7일 바른정당 초청 간담회에서도 최근 한국에 온 북한 외교관이 상당히 많지만, 자신만 언론에 공개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태 전 공사는 1997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이후 20여 년 만에 한국 언론에 공개된 북한 고위급 망명 인사 중 한 명이다.
태 전 공사는 "두 아들이 영국에서 머리를 기르자 친구들이 북한에서는 체포될 수도 있다고 놀렸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질문 세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는 자신의 아들들이 지금은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국제사회가 김정은 정권에 대해 제재를 지속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북한 내부의 반발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에 대항하는 낮은 수준의 반대 또는 비판은 최근까지만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면서 김정은 정권에 대항하는 북한 내부의 저항에 불을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의 친형 김정철이 대신 집권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김정철은 정치에 관심이 없고 오로지 음악, 에릭 클랩턴에만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2015년 김정철이 영국 런던에서 유명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의 공연장을 찾았을 때 동행한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oakchu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