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연장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시청률 40% 넘을까

입력 2017-01-29 10:00
수정 2017-01-29 11:31
4회 연장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시청률 40% 넘을까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와 신세대의 귀여운 사랑 조화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시청률 40%요? 당연히 기대하죠!"

KBS 2TV 주말극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배경수 CP는 이렇게 말하면서 "지금의 추세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본다"며 웃었다.

지난 8일 시청률 35%를 넘어선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인기에 힘입어 4회 연장을 확정, 다음달 26일 종영한다.

주말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

배경수 CP는 "약간의 촌스러움으로 무장한 것이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드라마는 한때 번성했으나 어느새 폐업 위기로 내몰린 100년 역사의 월계수 양복점이 회생하는 과정을 중심에 놓았다.

'패스트 패션'이 점령한 패션계에서 '수제 양복'은 설 자리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나 양복 장인이 한땀 한땀 손으로 만든 수제 양복의 가치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드라마는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평생 양복을 만드는 자부심 하나로 살아온 이만술(신구 분) 사장을 중심으로 세상의 변하지 않는 가치를 조명했다.

굴지의 패션 회사 사위가 된 이만술 회장의 '잘난 아들' 동진(이동건)은 처음에는 월계수 양복점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가업을 잇지 않겠다고 한 것은 물론이고, 지금 시대에 동네 양복점을 고집스럽게 운영하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동진이 아버지에 이어 양복점을 맡게 되면서 시청자들도 동진을 따라 월계수 양복점이 간직한 세월과 가치를 좇아가게 된다.

작은 양복점 안에서 '마스터'가 손님의 치수를 재고 옷감을 재단하며 정성스럽게 바느질을 해 한벌의 양복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중장년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옛날 이야기'를 보는 듯한 신기한 풍경이 됐다.



◇'구닥다리 사랑'과 신세대 사랑의 조화

드라마가 시청률 35%를 넘긴다는 것은 남녀노소를 사로잡았다는 의미.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구닥다리 사랑'과 신세대 사랑을 조화시키며 폭넓은 시청자층을 사로잡았다.

이 드라마의 중심에는 '시대착오적'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커플이 있다. 재벌가에 장가갔다가 이혼하고 회사에서 쫓겨난 동진이 월계수 양복점에서 일해온 고졸의 아가씨 연실(조윤희)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먼지가 폴폴 나는 '구닥다리' 이야기다.



연실은 연약하고 수동적이며, 순종적인 여성상을 대표하고 동진과의 관계에서 '신분 차이'를 극명하게 노출한다. 동진의 엄마(김영애)가 그간 연실을 딸처럼 예뻐했으나 잘난 자기 아들과 사귄다고 하자 언감생심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돌변한 것은 이 드라마의 '낡은' 지점이다.

하지만 그런 동진-연실 커플의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인지상정'으로 통하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어른'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드라마가 그리는 사랑이 여기에서 그쳤다면 지금과 같은 인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신세대 사랑이 적절하게 조화돼 '구닥다리 사랑'의 약점을 상쇄한 것이 주효했다.





재벌 아가씨 민효원(이세영)이 연실과는 정반대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리며 강태양(현우)의 마음을 얻어가는 과정은 오늘의 신세대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런저런 소동 끝에 맺어진 효원-태양 커플은 이후 '꽁냥꽁냥 커플'을 대변하며 극의 명도와 채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여기에 동숙(오현경)과 선녀(라미란)도 적극적이고 씩씩한 여성의 모습으로 자신의 사랑을 지키고 쟁취해 신세대식 사랑에 무게를 더했다.

배 CP는 "주인공 커플을 중심으로 모든 커플이 순수하고 담백하고 착한 사랑을 펼친 게 인기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믹한 차인표도 한 수…'치정'으로 인한 긴장감이 동력

차인표가 오랜만에 코미디에 몸을 던진 것은 신의 한 수로 평가된다.

'월계수 양복점'에서 만든 근사한 양복을 입는 손님이 되어야 할 것 같은 차인표가 가난한 양복점 재단사로 변신해 괄괄한 아내에게 꼼짝없이 쥐여사는 모습은 '반전'으로 다가왔다.

한창 코믹 연기로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라미란이 그의 부인을 맡은 것 역시 반전의 묘미를 극대화했다.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 차인표-라미란이 능청스럽게 펼치는 연기는 드라마에 이색 포인트로 작용하며 흥미를 유발했다.

여기에 '치정'으로 인해 벌어지는 온갖 긴장감이 극의 강한 동력이 됐다.

단순한 사랑의 우여곡절이 아니라, 강렬한 '치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들이 순진하고 순수하게만 흘러가는 극을 바짝 조여줬다.

배신과 거짓말, 협박, 폭행, 납치 등 자극적인 요소들이 끊임없이 등장해 긴장감을 높이고 다음 회를 궁금하게 만든 점도 흥행 포인트다.

'백년의 유산' '전설의 마녀'를 히트시켰으나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에 직면해야 했던 구현숙 작가는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는 자극적인 소재를 쓰되 그 수위를 낮추고, 대신 인물의 감정을 더 살리는 방식으로 드라마를 끌어나가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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