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등에 업은 네타냐후 강경책 팔레스타인 봉기 초래 우려"

입력 2017-01-25 17:04
"트럼프 등에 업은 네타냐후 강경책 팔레스타인 봉기 초래 우려"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조성된 미국과 이스라엘 간 밀월관계는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에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경고했다.

WP는 25일 분석기사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다음 달 양국 간 정상회담, 주이스라엘 미 대사관 이전 움직임, 그리고 이를 틈탄 이스라엘 측의 대규모 정착촌 건설 허용 등 전례 없는 밀월관계를 보이고 있으나 트럼프와 베냐민 네타냐후 두 주역 간의 브로맨스 구축은 오히려 이스라엘에 곤경을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지난 2014년 이후 최대 규모인 이번 네타냐후 내각의 정착촌 건설 승인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그동안 역대 민주-공화 행정부가 중동평화의 초석으로 간주해온 '2국가 해법'이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퇴임한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이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우익적인 내각이라고 혹평한 네타냐후 내각은 트럼프 진영으로부터 강력한 원군을 얻고 있다.

새 이스라엘 미국대사로 지명된 대니얼 프리드먼은 한때 미국 내 진보적 유대단체를 나치 협력자로 매도하는 등 이스라엘 내 강경 우익 못지않은 정착촌 확대 지지자이다.

또 이번에 승인된 정착촌 가운데 100채는 요르단강 서안에 위치한 정통 유대교 정착촌인 베이트 엘이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프리드먼과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틈탄 네타냐후 내각의 정착촌 승인은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물론 국내에서도 야당과 민간단체의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내 진보적 유대 단체인 '제이 스트리트'(J Street)도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놀라움을 나타내면서 "이는 지난 50년간 의회가 초당적으로 정착촌 확대에 반대해온 전통을 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이 스트리트는 마치 네타냐후 총리가 새 미 행정부로부터 백지수표를 받아든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WP는 트럼프 행정부를 등에 업은 네타냐후 총리의 이러한 행동이 국제사회와 충돌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면서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을 규탄한 결의안이 지난달 유엔 안보리를 통과한 사실을 거론했다.

WP는 이스라엘 내 점증하는 민족주의와 종교적인 강경노선이 미국 내 주류 유대 사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면서 아울러 극단주의 노선으로 인해 그동안 유지돼왔던 이스라엘에 대한 의회의 초당적인 지지도 민주, 공화 양당 간에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분열 추세는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더욱 양극화할 것이며 이는 이스라엘의 국익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WP는 사실상 1국해법을 지향하는 네타냐후 내각의 강경 정책이 올 하반기 중 점령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새로운 봉기로 이어질 것이며 국제사회로부터 추가적인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스라엘 내에서도 네타냐후의 이러한 정책이 점령지를 병합해 유대와 아랍 두 민족에 의한 한 국가를 지향하는 것으로, 민주적 유대 국가를 지향하는 본래 중동 평화 구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는 '6일 전쟁' 발발 50주년이 되는 해지만 전쟁 전의 경계선을 토대로 2국을 건설한다는 구상이 깨지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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