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은행' 강조하는 우리은행의 'K9' 이광구 행장
'말투는 느려도 생각은 빠르고 단호하게 결정'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연임에 성공한 이광구 행장은 우리은행[000030] 직원들 사이에서는 기아자동차[000270]의 최고급 세단 브랜드인 'K9'으로 불린다.
이름에서 가운데 글자인 '광'의 이니셜 K와 마지막 글자 '구'를 숫자 9로 바꿔 'K9'이 됐다.
1957년 충남 천안 출신으로 충청도 특유의 느릿한 억양이지만, 필요할 땐 대형 세단처럼 강하고 단호한 승부사 기질이 있다.
2015년 행장이 됐을 때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출신이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2년 안에 민영화를 이루겠다'며 스스로 임기를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했다.
취임 과정에서 논란이 있지만,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실제로 이 행장은 정부의 우리은행 매각 방안이 정해지자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투자설명회를 했다.
기관 투자자들과 1대1로 만나 우리은행의 건전성이 좋아지고 수익도 늘어나고 있다며 지분 투자에 나서달라고 설득했다.
우리은행 실적도 개선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우리은행의 당기 순이익이 1조3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장이 되고 첫해인 2015년에는 정초부터 강원도 양양에서 본부장급 이상 간부들과 워크숍을 열고 겨울 바다에 단체로 입수하기도 했다.
강한 은행을 만들자며 이 행장이 먼저 뛰어드는 바람에 여성 간부까지도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가야 했다.
천안고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나온 이 행장은 1979년 상업은행에 들어왔다. 우리은행에서는 홍콩우리은행투자은행 법인장과 개인영업전략부장, 경영기획본부 집행부행장을 역임했다.
영업 업무를 맡았을 때는 술과 담배를 하지 않아도 매일 고객들과 저녁 약속을 잡아가며 영업을 해 뛰어난 실적을 내기도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이 술을 잘 못 마셔도 회식자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며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맞춰주는 스타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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