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헌법기관 중요성 간과"…박한철 퇴임 전 작심 비판
대통령측 반발에도 재판관 공석 사태 우려 강조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후임 소장이 내정되지 않은 채 임기를 마치게된 것을 두고 "국회가 헌법기관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며 작심하고 비판했다.
국회의 입법 미비로 헌법재판소장의 임기 논란이 재현된 것을 강하게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소장은 25일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 오전 심리를 시작한 직후 "(헌법재판소장 임기와 관련해) 10년 이상 후속 입법 조치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국회와 정치권은 그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소장은 "앞으로는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관 공석이라는 헌법적 비상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향후 헌법 개정 등 입법적 조치가 반드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이 이달 31일 퇴임하고 3월 13일에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면 재판관 7명이 선고해야 하는 만큼 그 전에 결론이 나야 한다는 박 소장의 발언에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박 소장은 국회를 향한 쓴소리를 이어 갔다.
박 소장은 "(소장 임기 논란은) 2006년 헌법재판소장의 4개월여간 공석 후 세번째 발생하는 사태로, 국회가 입법 조치를 해서 임기를 명확히 보완했으면 탄핵재판 와중에 제 임기가 만료되는 사태는 막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소장의 임기는 2013년 4월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부터 논란이 됐다.
박 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2011년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으로 취임했다.
헌법 111조 4항은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했다. 112조 1항은 '헌법재판관 임기는 6년으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연임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헌재소장 임기는 헌법에서 별도로 정해놓은 게 없다.
새로 헌법재판관에 지명되는 동시에 소장직을 맡으면 임기가 일치해 6년이 보장된다.
반대로 박 소장의 경우처럼 헌법재판관을 하다가 소장으로 지명되면 재판관 잔여임기에만 소장직을 수행하는지, 새로 6년 임기가 부여되는지 규정이 불분명한 것이다.
헌재소장 임기 문제는 2006년 전효숙 당시 헌법재판관이 소장에 지명됐을 때도 제기됐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8월 16일 윤영철 헌재소장 퇴임을 한 달여 앞두고 전효숙 당시 재판관을 후임자로 지명했다. 전 재판관이 남은 3년 임기가 아니라 전체 6년 임기를 새로 시작하려 지명 직후 사표를 내면서 문제가 커졌다.
임명동의안이 번번이 무산된 끝에 결국 노 전 대통령은 지명 103일 만인 2006년 11월 27일 임명동의안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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