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침체에 허덕이는 대불산단…"살아남는 게 목표"

입력 2017-01-30 06:31
조선업 침체에 허덕이는 대불산단…"살아남는 게 목표"

2년 만에 조선업 고용인원 4천여명 감소…"언제 잘릴지 몰라"

업체 경영자 "독려해도 사기 안 올라"

(영암=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끝을 알 수 없는 조선업 침체에 전남 영암 대불산단이 신음하고 있다.

대불산단 '터줏대감'인 현대삼호중공업은 상대적으로 선전했지만, 대형 조선업체들의 실적 부진 여파는 협력업체에 도미노처럼 무게를 더해 전달됐다.

경영자, 근로자 가리지 않고 이들의 귓전에는 구조조정·감축만이 맴돌았다.

아파도 아프다고 소리칠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을 참고 견뎌야 하는 시기라고 업계는 전했다.

소규모 조선 기자재 업체에서 15년째 근무 중인 김모(41)씨는 "얼마 전 사장이 업무 분장표를 살펴본다는 소문이 돌아 회사 내부에 쥐죽은 듯 적막감이 돌았다"며 "큰 실수라도 하면 곧바로 '구조조정 1순위'로 오를까 봐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사무직인 김씨는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을지 근심이 크다. 업계에서는 통상 인원 감축 때 생산 인력보다는 사무 인력을 먼저 대상에 올리기 때문이다.

김씨는 "함께 일하던 동료, 선배들이 직장을 떠나면서도 마치 준비라도 한 듯 받아들이고 반발조차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더 안타깝다"며 "언제든지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솔직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영자들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울산, 경남 거제에 자리 잡은 이른바 조선업 '빅3'가 휘청거린 충격파는 대불산단 협력업체에도 미쳤다.

수주 물량이 줄어들면 운송비용 등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업체와의 거래를 먼저 끊기 때문이다.

현대삼호중공업 40%, 나머지 업체와 60%가량 거래 비중을 유지해온 대불산단 한 협력업체는 현대미포조선, 현대중공업과 거래물량을 생산하는 공장을 닫아 6개 공장 중 4개만 남았다.

30일 한국산업단지공단 대불지사에 따르면 대불산단 조선업·기자재 생산액은 2014년(2조2천억원)과 2015년(2조200억원) 2조원대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11월 현재 1조4천600여억원으로 떨어졌다.

고용인원은 2014년 1만1천346명, 2015년 9천657명, 지난해 11월 7천280명으로 급감했다.



대불산단 경기를 좌우하는 현대삼호중공업의 수주도 크게 줄었다. 다른 대형업체들의 추락에 가려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은 2007년 70척·75억 달러, 2013년 66척·55억 달러의 수주 실적을 기록하며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2014년 31척·27억 달러, 2015년 51척·45억 달러를 기록한 뒤 지난해에는 고작 8척·6억 달러에 그쳤다.

언제쯤 '터널'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전망도 불투명해 경영자도, 근로자도 살아남는 게 목표가 됐다.

유일 유인숙 대표는 "이대로라면 한때 700명이던 직원이 300명 선으로 줄어들 것 같다"며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극기훈련도 하고, 소리도 지르게 하고, 술도 마시게 하도록 간부들에게 주문했지만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생각 탓인지 환기가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동남중공업 유동윤 대표도 "많았을 때는 350명이던 직원이 20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자유무역이 위축되면 올해도 업황이 뚜렷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고 고민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조선산업 경영악화와 고용위기가 극심한데도 자꾸 어렵다, 어렵다 말하면 금융권 대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업체들은 대놓고 고민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있다"며 "업체나 지원기관이나 뾰족한 대응책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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