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심장사상충약 2배 폭리…수의사·제약사 '갑질' 제동

입력 2017-01-25 12:00
수정 2017-01-25 13:12
반려동물 심장사상충약 2배 폭리…수의사·제약사 '갑질' 제동

동물약국 공급 거부해 가격 높게 책정…공급가의 2∼3배로 판매

공정위, 한국조에티스·벨벳과 수의사들에 시정명령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개·고양이 등을 기를 때 필요한 심장사상충 예방제를 동물병원에만 공급하면서 가격 경쟁을 회피한 2개 제약사와 수의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덜미를 잡혔다.

공정위는 정당한 이유 없이 심장사상충약의 동물약국 공급을 거부한 제약사 한국조에티스, 벨벳에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25일 밝혔다.

또 동물약국에 예방제를 공급하지 말라고 제약사 등에 강요한 수의사 인터넷카페 회원 수의사 5명에게도 시정명령을 처분했다.

심장사상충은 개·고양이의 심장이나 폐동맥 주위에 기생하면서 심각한 질환을 일으키는 기생충이다. 감염을 예방하려면 매달 한 번씩 예방제를 투약해야 한다.

2014년 기준 한국조에티스·벨벳의 심장사상충 예방제 시장 점유율은 67%이며 3위사인 메리알코리아까지 합치면 점유율은 85%에 달한다.

심장사상충 예방제는 처방대상 약품이 아니어서 동물약국이나 도매상에서도 수의사 처방 없이 자유롭게 판매가 가능하다.

이들은 2013년 8월부터 최근까지 심장사상충약을 동물약국에 공급해달라는 대한약사회의 요청을 거절하고 공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당시 심장사상충 예방제를 처방대상 약품에서 제외한 수의사 처방제도가 시행 등의 영향으로 동물약국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이었다.

이들은 단순히 예방제를 공급하지 않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동물약국으로 유출되는 물량에 대해서도 철저한 감시를 벌였다.

동물약국에서 팔리는 예방제에 대해서는 물량을 모두 회수하고 유출된 동물병원에 대한 출고를 전면 정지했다.

인근 동물병원보다 싸게 예방제를 판매하는 병원에 대해서도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2개 제약사의 이 같은 행위로 심장사상충 예방제 가격이 높게 책정돼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예방제를 구매할 기회를 잃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실제로 이들 제약사가 판매하는 심장사상충약의 동물병원 공급가는 5천600∼6천600원 수준인 반면 소비자 판매가격은 그 2∼3배인 1만4천원이었다.

일부 물량이 유출돼 동물약국에서 판매된 심장사상충 예방제는 1만∼1만1천원이었다.

수의사 인터넷카페인 대한민국수의사(DVM) 회원 수의사 5명은 주요 제약사와 판매업체를 대상으로 심장사상충 예방제를 동물병원에만 공급하고 동물약국에 팔지 말라고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DVM 운영진이 아니었음에도 운영진 명의로 제약사 등에 이메일을 보내 동물병원 밖으로 예방제가 유통되는 것을 막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하겠다며 압박을 하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동물병원과 동물약국 간 경쟁이 촉발돼 심장사상충 예방제 가격이 내려가면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약값 부담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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