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트럼프, 反질서 시동…세계경제·외교질서 '출렁'

입력 2017-01-24 18:24
'마이웨이' 트럼프, 反질서 시동…세계경제·외교질서 '출렁'

나프타 재협상·TPP 탈퇴 천명…中에 남중국해 문제 경고장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미국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파장은 예상대로 강력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약속했던 공약들을 실행에 옮기며 세계 경제와 외교 질서를 흔들고 있다.

취임한 지 불과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내 갈 길 간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질서' 행보에 전 세계가 출렁이는 상황을 맞은 셈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등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내놓은 강공에 각국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중국에 경고 메시지를 날리면서 안보 지형도 더욱 거센 격랑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 나프타 재협상·TPP 탈퇴…'反질서' 시동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질서를 깨고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파격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첫 시작은 공약으로 내걸었던 나프타 재협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이틀이 지난 22일 나프타를 재협상하겠다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곧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프타 재협상을 천명한 지 하루 만인 23일 '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이익에 맞는 방향으로 기존 무역협정들을 뜯어고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미국이 나프타 재협상에 이어 TPP 탈퇴 수순에 돌입함에 따라 세계 무역질서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트럼프식 무역 노선에 각국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일단 일본은 TPP를 경기 부양의 핵심 수단으로 여겼던 만큼 당혹감 속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 등 TPP 비참여국들은 부담을 덜었다며 환영했다.

유럽연합(EU)은 미국 정부의 자유무역 개편을 양자 무역협정 확대를 시도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미국이 견제하는 중국으로선 TPP 무산이 반가운 소식이다. TPP 무산은 세계 경제 패권국가로 성장하려는 중국에는 절호의 기회로 다가간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보호무역의 칼날을 휘두르겠다고 수차례 강조한 터라 중국은 표정관리 속에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자간 무역협정을 거부하고 양자 협정을 선호하는 만큼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위상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TPP 폐기가 "미국의 모든 전통적 경제·정치 동맹들이 이제 재평가·재협상에 노출됐음을 세계에 통보한 격"이라며 "세계 경제·정치에서 영향력과 리더십을 유지할 미국의 능력에 장기적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트럼프 정부, '남중국해 문제' 中에 경고…안보지형 변화

트럼프호가 출항하면서 국제 안보 질서도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3일 중국의 남중국해 점거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본격적인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트럼프의 입'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2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첫 공식 일일 브리핑에서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우리의 이해관계를 확실하게 할 것"이라며 중국에 경고장을 날렸다.

남중국해에서 세력을 확장해나가는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 정부는 남중국해에서 "우리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확고한 입장"이라며 맞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전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의 금기를 깬 전화 통화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을 자극했던 만큼 양측의 갈등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

인공섬 및 군사시설 건설로 남중국해·동중국해에서 세력 확장에 나선 중국과 미국의 일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럽과 아시아에 있는 미국의 동맹이라도 안심할 처지는 못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구시대 유물이라며 비판했다. 나토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을 향해서도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각을 세웠다.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 상대로 택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만남은 미국 새 정부와 동맹국 간 관계 설정의 방향을 읽을 잣대가 될 전망이다.

친(親)러시아 성향인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을 대(對) 러시아 정책에 따라 전 세계 안보지형도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인터뷰에서 대(對)러시아 제재 해제를 핵군축 협상과 연계해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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