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부정' 日호텔에 아시안게임 韓선수 100여명 숙박 예정

입력 2017-01-24 18:20
'위안부 부정' 日호텔에 아시안게임 韓선수 100여명 숙박 예정

대한체육회 관계자 "아직 조직위에 항의계획 없어…문체부와 상의 예정"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객실에 위안부 강제동원과 난징(南京) 대학살을 부정하는 극우성향의 서적을 비치해 물의를 빚은 일본 호텔 체인 아파(APA)호텔에 내달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할 한국 선수 100명 이상이 숙박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재일본 대한민국체육회 관계자는 24일 "다음달 홋카이도(北海道)의 삿포로(札晃)와 오비히로(帶廣)에서 열리는 동계아시안게임에 참석하는 선수들 230명 중 절반 가량이 삿포로의 아파호텔에서 묵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파호텔이 숙소로 정해진 것은 대회 조직위원회의 배정에 따른 것"이라며 "선수들이 숙박하기로 돼 있는 아파호텔은 대형 리조트 호텔이어서 삿포로에서 경기를 치르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 숙소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선수들이 묵는 숙소는 삿포로 북쪽에 위치한 '아파호텔 마코마나이(眞駒內) 호텔&리조트'로 한국을 비롯해 대회에 참가하는 2천명의 선수들이 숙박할 예정이다.

체육회 관계자는 "아직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해당 호텔에 관련 서적을 치워줄 것을 요청하거나 조직위에 항의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한국 선수들이 아파호텔에서 묵게 돼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상의해 조치를 취할지, 어떤 조치를 취할지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아파호텔 체인은 호텔 객실 내에 '아무도 말하지 않는 국가론', '자랑스러운 조국 일본, 부활로의 제언' 등 일본군의 위안부·난징학살 만행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서적을 비치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을 받고 있다.

해당 서적은 이 호텔체인의 최고경영자(CEO) 모토야 도시오(元谷外志雄·73)가 저술한 것들이다. 중국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처음 밝혀진 뒤 불매운동이 확산되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모든 중국 여행사들이 APA호텔과 협력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고 APA호텔과 연계된 여행 상품 광고를 삭제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 선수단이 문제가 된 이 호텔에서 숙박하게 된 만큼 자칫 이번 사태가 중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과 일본 사이의 외교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해당 호텔 체인이 문제의 서적들을 치우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어 한국 정부나 선수단 차원에서 항의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정부 차원의 항의가 없더라도 서적을 선수들의 공식 숙소에 비치하는 것에 대해 한국 선수들이 불쾌감을 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과거사를 부정하는 서적을 원치 않은 선수들에게 보여주는 것인 만큼 스포츠를 통한 교류라는 대회의 이념과도 맞지 않은 정치적인 차별 행위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까닭에 동계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이 호텔에 문제의 서적을 치워달라는 의사를 전했지만 호텔측은 책 철거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이 호텔은 홈페이지에 "지적이 있었던 책은 진짜 일본 역사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한 것으로, 일방적인 압력에 의해 주장을 철회하도록 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조직위로부터 (공식) 의뢰가 온다고 해도 철거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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