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대 기업, 같은 회계법인에 평균 6.8년 '붙박이 감사'

입력 2017-01-25 05:10
500대 기업, 같은 회계법인에 평균 6.8년 '붙박이 감사'

금융당국 도입 추진 '6년 시한' 넘긴 기업 55.7%

삼성전자ㆍ현대차는 18년째 같은 회계법인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 대기업들이 같은 회계법인에 감사를 맡기는 평균 연수가 6.8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정부가 기업의 회계부정 방지를 위해 도입하겠다고 밝힌 동일 외부감사인 선임 시한인 6년을 넘어선 것이다.

25일 기업경영성과 분석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국내 500대 기업 중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483개 기업의 2015년 말 기준 외부감사인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같은 회계법인에 감사를 맡긴 기간은 평균 6.8년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당국이 동일 외부감사인의 유지 연한으로 정한 6년을 넘긴 곳은 269개사(55.7%)에 달했다.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삼성중공업[010140], 영풍[000670], 한국야쿠르트 등 5곳은 외부감사인을 공시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단 한 차례도 회계법인을 바꾸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은 18년째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회계감사를 받고 있고, 현대차와 한국야쿠르트는 안진회계법인, 영풍은 한영회계법인에 감사를 맡기고 있다.

15년 이상 같은 회계법인에 감사를 맡기는 기업도 이들 5곳을 포함해 총 45곳에 이른다.

이 같은 국내 대기업의 '붙박이' 감사 선호 현상은 이웃한 일본이나 미국과도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고 CEO스코어는 전했다.

일본의 경우 동일 회계법인에 감사를 맡길 수 있는 기간을 5년 이하로 제한하고 있고, 미국은 회계법인의 담당 최고파트너가 바뀔 경우에 한해서만 동일 회계법인에 감사를 계속 맡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딜로이트(Deloitte)는 15년째 회계감사를 맡은 기업이 3개에 불과했고, KPMG와 언스트앤영(Ernst & Young),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등도 최장 13년째 회계감사를 수행 중인 기업이 각각 6곳, 9곳, 13곳에 그쳤다고 CEO스코어는 전했다.

회계법인별로는 삼일회계법인이 500대 기업 중 153개사(31.7%)의 회계감사를 맡아 가장 많았고, 안진회계법인이 101개사(20.9%)로 2위, 삼정회계법인이 95개사(19.7%)로 3위였다. 이어 한영회계법인이 69개사(14.3%)로 4위에 랭크됐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 상장회사가 6년간 동일 회계법인에서 감사를 받으면 이후 3년 동안 다른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회계 투명성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제도는 입법과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르면 2019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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